생애 첫 위내시경
한 달 여 전부터 건강이 썩 좋지 않았다. 위가 아프고 잦은 두통이 왔다. 기력도 약해지고 기운이 없는 것이 꽤나 오래갔다. 그래도 잘 먹어야지 싶어 삼 시 세끼 꼬박꼬박 챙기고 따뜻한 물도 자주 마셨다. 허나 괜찮아지는 것은 잠깐뿐. 다시 아파서 병원을 찾았다. 삼일 치 약을 처방받고 혹시나 고래회충(아니사키스 : 회충목 회충과의 한 속에 속하는 선형동물)이 있어서일지도 모르니 잘 지켜보란다. 아니사키스라고 불리는 고래회충은 생선을 날로 먹을 경우 인체에 감염된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사진을 직접 보고 충격을 받았다. 회를 좋아해서 잘 먹기는 하지만 이런 이상한 게 내 몸에서 살아 붙어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당장에 아픈 위를 부여잡고 삼 일을 지내다 월요일이 되자마자 내시경을 하러 병원을 찾았다.
감염여부를 알기 위해서였지만 막상 침대에 누우니 겁이 났다. 수면 내시경이고 5분 남짓 검사 후 15분 정도면 잠에서 깬다니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거였지만 생애 처음 해보는 내시경이다 보니 찔끔 겁이 났다. 간호사가 내민 부작용 관련 동의서에 사인하고 링거를 맞으니 실감이 나면서 남편이 보고 싶었다. 괜히 혼자 왔나……. 싶다가 혼자 요란 떠는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 의사가 들어오고 수면제를 주사하겠다는 말을 듣고 난 후 고개를 끄덕였는데 눈을 뜨고 보니 다 끝나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하고 봤더니 침대가 휴식실로 옮겨져 있었다. 겁을 낸 게 무색했다. 어지러워서 좀 더 누워있다가 일어나니 총 소요시간 30분이다. 이렇게 간단한 거였구나. 다행이다. 새삼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어지러움을 이겨내려 정신 차리고 있는데 의사가 이름을 호명한다. 내시경 설명을 들으려 의사 맞은 편에 앉고 보니 내 위 사진이 보인다. 아……. 내 위는 이렇게 생겼구나. 보는 순간 빛깔이 예쁘다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의사도 위가 색이 예쁘죠. 한다. 위 사진을 처음 보는 나도 새로웠다. 무조건 빨간 계열의 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잘 익은 선홍빛 과일 같았다. 밝으면서도 부드러운 표면이 인상적이었다. 의사도 고래회충은 없고 이상소견은 없는데 위벽이 얇아져 있단다. 모세혈관이 유독 드러나 보이는 어느 지점을 가리키면서 다른 부분처럼 매끄러워야 하는데 이 부분은 위 벽이 얇아져서 보이는 거란다. 위가 아픈 이유가 이 부분일 수도 있다면서. 원인은 스트레스, 맵고 짠 음식, 커피나 맥주, 콜라 등이다. 해서 주의해서 먹을 음식도 이런 음식들. 되도록 죽과 같은 부드러운 음식을 먹으란다.
다행이 큰 병이 발견되지 않아서 안심이다. 아픈 원인은 스트레스와 공복에 진한 커피 마신 것을 짐작했다. 남매의 등교와 등원 스케줄로 신경 쓸 점도 늘었고 새벽에 일어나 물만 마신 후 진한 커피를 연거푸 마셨다. 그러고도 모자라 습관으로 오전 내내 커피를 들이켰던 것 같다. 오후에는 마시지 못하니 오전에 듬뿍 마시는 거다. 보이지 않는 내 신체를 직접 사진으로 보니 건강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체크하게 된다. 색이 예쁘고 고울 때 잘 챙겨줘야지 싶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소홀히 하지 않고 신경 써서 잘 챙겨주는 것. 내 안에서 신체를 움직여주는 살아있는 생명의 흔적들. 이번에는 위만 보았지만 다른 부분들까지도 잘 챙겨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긴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생명의 소중함도 새삼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