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태어나는 자리
책을 내면서
사제의 힘으로 가난하고 미천한 사람들도 신의 따스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들처럼 탁월한 비평가는 위대한 예술의 세계를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전해 준다. 사람들은 배달된 두부로 된장찌개를 끓이듯, 예술작품으로 자기 삶의 밭을 가꾸게 된다. 오래 전부터 문학을 일상 삶의 차원으로 끌어오는 일을 생각했다.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 문학이 돌아가야 할 자리
삶에서 문학이 태어나고 문학은 다시 삶을 낳는다. 문학에서 이런저런 장치를 걷어내고 나면 삶이 남는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올라도 땅에 뿌리를 박고 있고, 천리를 나는 새들도 끝내는 땅위에서 안식하는 것처럼, 문학도 제아무리 훌륭한 것이라 한들, 삶에서 태어나 삶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삶은 문학의 뿌리이자 귀의처인 것이다. 그러니 삶을 빼버리면 문학은 기댈 곳이 없어진다. 문학작품을 읽을 때 눈은 글자를 따라가도 마음은 그 글자가 태어난 삶의 지점에 가 있는 이유이다.
사람들은 문학이라는 창문으로 통해 삶을 엿보고, 문학이라는 길 위로 삶을 가로질러 간다. 이 책은 문학이라는 창으로 삶을 엿보고, 밭 사이에 나 있는 길을 거닐며 삶을 돌아본 이야기이다.
각자의 삶과 문학, 그대 삶은 모두 문학의 자궁
나에게 있어 감정과의 만남이란 음악이 으뜸인 어떤 것이다. 멜로디나 화음이 들려주는 어떤 감정과 공간감, 리듬이나 악기 고유의 음색이 나타내는 생동감이나 개성 등. 인간이라면 내재하는 모든 감정의 결들은 오직 음악만이 가감 없이 전달된다고 생각했던 일인이다.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에는 오직 음악만이 가장 최고라고 생각한다. 헌데 이 책은 오직 음악뿐이라는 생각을 조금은 유연하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 만져진 인간의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글로 만났다. 절망, 호기, 풍류, 불안, 해학, 풍자, 사랑, 이별, 우정, 동경, 신념, 고독 등. 그대 삶은 모두 문학의 자궁이라는 문장에서 나의 삶과 삶을 살아내며 내재화된 감정들을 반영해 본다. 저자가 풀어놓는 다양한 이야기에서, 유추해내는 감정 감정들에 깊이 공명하기도 한다.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나의 삶 어떤 지점에서 태어나고 만들어진 특수한 감정을 문학이 달래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에 눈길이 간다. 18p. 문학작품은 때로 대단하고 위대하지만, 그것이 잉태되고 탄생하는 지점은 누구에게나 있는 소박한 것이다. 나에게 있어 가장 피어오르는 감정의 결은 불안이다.
112p. 남의 시선을 느끼며 몸을 떨고 있음은 바로 불안의 표지이다. … 나를 향하는 타자의 시선은 불안 형성의 조건으로 자주 등장한다. … 현대인들에게 불안은 타인의 시선으로 밀려온다. … 이 사회에서 감시되지 않는 것은 없으며, 심지어 사람들의 무의식까지도 철저한 계산 아래 통제된다.
113p. 살아있는 것은 모두 다 불안하다. … 115p. 우리는 누구나 다 불안하며, 그 불안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불안을 인정하고 들여다보면 거기에서 살아 꿈틀대는 삶을 만날 수 있다.
신랑이 먼저 이동하면 이사 준비를 해야 하는 목표가 생긴다. 아이들의 어린이집과 학교 문제, 급할 때 찾을 병원이나, 보건소. 우체국이나 동사무소, 도서관 등의 행정기관. 근처에 있을 이용시설들을 알아봐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의 인력으로 어쩌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찌 되려나 생각되어 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고, 되도록 텃새가 덜한 곳이었으면 하고 바라고, 비교적 잘 적응하여 별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는 곳이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114p. 신의 품을 외면하고 세상에 홀로서기를 시도한 사람들은 개성과 자유를 얻었다. 하지만 그들은 거기에 수반되는 고독과 불안도 함께 떠안아야 했다. … 현대인의 삼우三友는 불안과 불면과 우울이 아닐까?
불안은 나의 삶 기저에 깔린 무의식과 나란히 공존하는 무언가이다. 다만 기저에 깔린 불안을 좀 더 자극하는 것에 무의식적으로 노출이 되어 있는 것 일뿐. 해소하지 못하는 애매함이 또 다른 불안을 야기하는 것. 뫼비우스 띠처럼 돌고 돌며 감정선들이 만나지는 지점들. 저자에 의하면 그 지점들이 나에게는 사색이 피어나고 문학이 꽃 피는 지점이 아닐까. 해서 저자는 문학은 삶, 삶의 균열에서 나온다했다. 처방의 수준에 따라 효과의 차이야 있겠지만, 문학작품은 최소한 자기가 태어난 지점의 아픔 정도는 달래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해서 21p. 그래도 살아보라는 속삭임에 마음을 내어준다. 소독약을 바르는 행위, 자기 삶의 부정을 씻어내는 씻김굿, 가슴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 절망이 희망을 낳는 것이 아니라, 견뎌냄 그 자체가 희망이 되는 것을 나는 꿈꾼다.
극도의 공포와 불안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자기 안에 감추어진 지혜와 용기를 발견하는 동서고금의 신화와 민담처럼. 내 안에 있는 어떤 주인공의 출발로 시작된 이야기는 여전히 흐르고 있고 현재와 함께 한다. 모두 나의 삶의 작은 영웅이 되며, 끊임없는 죽음의 일상을 탈출하여, 끊임없이 거듭나는 것이다.
115p. 나에게 글을 쓰는 것은 무엇인가를 먹는 것과 같은 것이다. 불안감을 넘어서게 하는 치료제와 같은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삶의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얻는 지점은 문학이다. 162p. 이야기들은 사회 집단의 내면 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신묘한 거울이다. 불안과 함께 공존하는 법을 배우며 작은 여행들로 일상을 거듭나는 깨우침을 통해 성숙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같다. 그 지점이 바로 문학이 태어나는 지점이다. 이미 작가가 되어주는 내 삶의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