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p.253. 여자와 남자를 구분 짓는 것은 생물학적 요소보다는 문화적 요소.
p.255. 여성해방의 이름과 더불어 여성의 사회지출은 눈에 띄게 늘어났으나, 이는 끌려가는 노예가 아니라 자발적인 노예가 되도록 사회적 여건이 바뀐 것임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남과 녀의 구분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라고 작가는 목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여자와 남자의 관계는 아주 뚜렷한 권력의 종속관계로만 성립되었고 그 결과, 권력을 장악한 남자 앞에서 여성이 맡고 있는 역할은 성적인 무력감을 통해서만 자기확인이 되는 셈이란다.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여성의 의무라는 것이 실은 소수 남성 권력자에 의한 욕망이었음을. 개탄하게 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장하면서 사회적인 규범에 맞춰야하고 맞추지 못하면 정신적 질환으로 치부해 버리는 정치적 문화에 분개했다. 남성이 지배하는 직업세계에 하녀처럼 착한 여자 노릇을 해야만 하는 여성의 삶. 왜 당연한 듯 살았을까. 어느 누군가 먼저 자신의 목소리를 내었을 때 우리는 같은 여성으로 더 날카로운 날을 세워 바라보고 손가락질 하지는 않았는가. 어쩌면 여성이 여성을, 또는 성별 간의 차이를 지적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내밀한 권력의 음해한 뜻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생각해본다.
p.262. 남성의 정력은 사실 여성과 함께 성적 감흥을 나누는 일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들의 정력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p.267. 가사와 육아, 그러니까 안살림에 해당하는 이런 종류의 노동은 여자와 남자의 구분이 아니라 항상 억압을 당하는 쪽으로 떨어졌던 셈.
p.270. 인간은 여자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그렇게 길들여진다.
생물학적 외관보다 심리적인 성향이 더 큰 작용을 한다는 것. 어머니들이 딸들에게 더 엄격하게 순종을 강요하는 것이지 태어날 때부터 여자와 남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여자는 여자아이답도록 길들여지는 것이었다. 남성은 남성답게 여성은 여성답게라는 말도 안 되는 문화적 유산으로 갓난아기 적부터 그렇게 훈련을 받는 것이었다. 성역할을 구분하는 가장 두드러진 사회화 과정은 어떤 것보다 강력한 사회적 요구로서, 여성은 복종하는 훈련을 통해 피동적 존재가 되고 남성은 군림하는 훈련을 통해 능동적 존재가 된다.
가부장제 남성 중심의 시각과 해석으로 여성을 바라보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남성의 부속물로만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여자는 독자적으로 생성된 독립된 존재이다.
남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습성과 의존적 태도를 버리고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는 훈련, 자의식을 단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작가는 목소리 높여 말한다. 실은 사회적인 문화 못지않게 우리 안에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는 열등감과 죄의식 때문에 여전히 크게 변화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편에 대한 심리적 종속. 그것은 만들어지는 것인가, 훈련되어 지는 것인가. 남성적 면모라고 일컬어진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을 의식적으로 개발하고 뱃심을 키워야 한다.
293p. 여자들은 사랑의 이름으로 남자의 옷을 빨고 아이를 낳아 길러주며 남편의 출세가 내 기쁨이려니 몸과 마음을 바쳐 헌신하다 결국 껍데기만 남은 채 시들어 버리거나 정신분열에 걸려 자지러지고 만다.
인간은 먼저 인간이다. 그 다음 생물학적으로 여자 혹은 남자라는 것이다. 성별을 가지고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 여자 일과 남자 일을 따로 나누고 이를 통해 한쪽이 다른 한쪽을 착취하는 일을 중단시켜야 한다. 더 이상 임신과 출산으로 여성이 매여 있는 것이 아니고 아이의 양육은 여자와 남자가 공동으로 맡아 할 일이다. 그런데도 어찌 여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가정을 잘 꾸리고 아이들 잘 키우는 것들에 한정되어 있단 말인가.
여자들은 가정주부로 안살림을 맡아서 해야 하고 다음으로 어머니로서의 책임을 완수해야만 하며 그 다음에서야 비로소 부업삼아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내조와 육아에 흐트러짐 없는 상황에서 자기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05p. 집안 살림에 필요한 일들을 여성에게 맡겨 버림으로써 가장 중요한 경제자산을 확보한 셈이었다. 산업사회 이전에는 이렇게 자질구레한 일을 하녀나 하인들에게 맡겼지만, 사회의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남자들은 어느덧 결혼을 통해 각자의 하녀를 하나씩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자기계발을 꾸준히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내 안의 열등감이나 여성다움이라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 자신부터 여성을 보는 시각을 다양하게 넓혀야 하고 같은 여성으로서 발전을 응원해야 한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비교하며 순위를 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자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