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cosystem/꿈꾸는 맘

구본형, 깊은 인생 DEEP LIFE

Musicpin 2020. 8. 17. 18:43

 

 

 

이야기 시작부터 마음을 울린 책. 구본형 작가님이 대단한 분이다 생각하긴 했지만 이 책에서 유독 깊은 감동을 받았다. 아마도 현재의 나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그런 것 같다. 그런 나라도 자신의 신화를 그려 넣을 수 있고 평범함에서 위대함으로 가는 영웅 여정이 있음을 작가는 격려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의 도약, 천재란 무수한 노력이 모여 만들어진 것임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해서 아직 가슴에 별 하나 품고 있는 너 역시 언젠가는 반드시 빛날 날이 올 것임을 이야기 해 주는 그가 나에게 힘을 주었다.

 

간디의 마리츠버그 역. 마리츠버그 역의 우연은 간디 한 사람만이 아니라 우주가 준비된 사람에게 그들의 운명을 알려주는 신비한 고지의 방식이라는 것. 위로를 받았다. 나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하고 이대로 멀어지는 듯한 나의 꿈을 준비하는 기간이니 힘내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15p. 내게도 마리츠버그 역이 존재했을까? 내 인생의 마리츠버그는 어디였을까? 나는 그 터닝 포인트에서 어떤 정신적 도약을 하게 되었을까? 평범한 사람인 내게는 아직 간디의 마리츠버그 역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나는 내 역사를 뒤져 이 질문에 대답한다. 아직 그때가 오지 않았어도 좋다. 나는 기다린다. 그러나 그저 마냥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준비한다. 준비하고 또 준비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직 땅에 속한 어린 새가 바름을 타고 떠오르듯 하늘로 날아오르게 된다. 도약의 지점마다 삶의 하늘을 나는 날개를 얻게 되었으니 그때마다 위대함의 하늘로 조금씩 떠오르게 된다. 그리하여 내 꽃도 한번 찬란하게 필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깊은 인생으로 들어서는 문’ 중에 ‘깨우침의 문’을 지나 두 번째 ‘견딤의 문’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침묵의 10년을 고독하게 지내며, 선택한 삶에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어야 한다. 끈질기게. 이 끈질기게 라는 단어가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육아의 길. 언젠가는 끝이 있겠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마음도 있다. 아니면 적어도 나의 시간 조금이라도 허락하는 상황이 되었으면 하는 원망도 있다. 육아의 길은 왜 이렇게 험난한 것일까. 아니 험난하다기 보다 질척이는 일들이 많은 것인가.

숨통이 막혀오는 상황. 모두 나만 바라보고 나에게만 의지하는 것 같은 숨막힘. 그러나 그 책임은 누구에게도 있지 않다. 오직 나에게만 있다. 이 상황에서 과연 나의 꿈을 꾼다는 것이 가당키는 하는 것일까? 주눅이 들 때가 많다. 허무맹랑한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닌지 나를 다그치게 되는 순간도 있다. 헌데 작가는 끈질기게 붙어있으란다. 끈질기게. 그래. 끈덕지게 붙어있는 것이 또 내 장점 아니던가. 끈질기게 매달려 있는 것이 나만의 특기 아니던가. 특기를 살려 끈덕지게 매달려 있는 것. 거기에 가슴 속에 품은 작은 별 하나 잊지 말고. 간혹 꺼내어 보며 나를 다독이고 끈덕지게 붙어 있어 보자.

 

나는 지금 초라한 ‘그늘 경험’ 중이다. 내 존재에 대해 재정의 하는 중요한 시점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침묵의 10년’ 적어도 이 정도의 긴 기간 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땀의 시간을 보내야 그럴듯한 창조적 작품이 나온다는 것. 세월과 반복의 힘. 매일하는 훈련.

어떤 분야가 되었든 그 분야의 대가가 되려면 자연스러움과 간결함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는 것. 바로 이 경지에 다다르려면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을 잊지 말자.

 

⟪47p. 나는 간디나 체 게바라처럼 크고 빛나는 별은 아니다. 나는 작은 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빛나야 할 운명을 가진 별’ 이다. 사람은 모두 별이다. 자신의 내면에 커다란 빛을 품고 있으면서도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아 장막으로 빛이 가려진 별들. 이 평범한 별들을 찾아 자신의 이야기를 창조해냄으로써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움별. 그 별이 바로 나임에 틀림없다. ⟫

 

나에게 울림이 있는 글귀. 그렇다면 나에게 주어진 우주적 소명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지루하고 지리한 지금의 삶에 끈덕지게 붙어 있다보면 알게 될까? 정말 알 수 있을까? 다른 방법이 없음을 알면서도 궁금해지는 나의 미래. 그것조차도 작가는 짐작할 수 있었나 보다. 견디란다. 아직은 나의 때가 아니니 그저 견디라고, 고독과 친해지라 응원한다. 그래, 지금 걱정만 한다고 당장에 어떠한 결론이 나는 것도 아니니 작가의 응원대로 매일 걸어보자. 평범한 자가 비범한 자를 능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 분야를 정하고 들이파는 것이란다. 침묵의 10년, 고독한 10년, 궁핍한 10년. 누구든 우드스턱의 시대를 거쳐야 한다면. 한번 해 보자. 나만의 신화는 무엇인지 기쁨으로 참여해 보자. (17년 어느 날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