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있는 tooth fairy
앞니가 빠진 지 고작 한 달 남짓. 옆에 있던 앞니도 제법 흔들리더니 한쪽 뿌리까지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빠질 앞니를 놓고 우리 부부는 속삭였다.
“자기, 만 원짜리 있어?”
“없는데, 오 만 원짜리?”
“잉? 너무 큰 돈이야.”
아이가 결심을 굳혔는지 대번에 아빠에게 이를 빼달라고 부탁했다. 이 흔들리는 게 너무 많이 신경 쓰인다면서. 이럴 때 보면 참 우리 딸, 강심장이다. 늘 이가 빠지면 tooth fairy가 밤사이 만원을 주고 갔기에 이번에도 우리 부부는 만 원짜리 지폐가 필요했다. 허나 저녁 8시가 넘어가는 시점에 밖을 나갔다 오기도 애매하고 만 원 이상의 지폐를 주기엔 금액이 너무 크다. 오, 이런. 미리 준비해 놓을 걸. 예상치 못하게 일찍 흔들린 앞니다.
실로 올무를 만들어 아래로 잡아당긴 순간. 이는 수월하게 빠졌다. 헌데 아이가 울면서도 tooth fairy가 다녀갈 수 있게 베개 아래에 두고 잔단다. 이를 어쩌나. 만 원 짜리 지폐가 없는 우리 부부는 속이 탔다. 그러다 문득. 남편이 tooth fairy도 주말엔 쉬느라 다녀가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주말엔 tooth fairy도 휴가 일정이 잡혀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딸아이의 말을 듣고 우리는 숙연해졌다.
“tooth fairy가 주고 간 돈을 많이 모아서 아빠 생일 때는 골프 공을, 엄마 생일에는 좋아하는 책을 선물할거야.”
오, 이런. 아이의 넓은 속마음에 우리 부부는 감동적이면서도 더욱 분주해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tooth fairy가 다녀가야 한다. 아이가 보물인양 빠진 앞니를 베개 속에 넣고 잠든 후. 우리 부부는 혹시나 숨겨둔 비상금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각자 지갑과 가방과 호주머니 속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다 서랍 한구석에서 문화상품권 만 원짜리 3장을 발견했다. “유레카!!!!” 이보다 더 기쁜 순간이 어디 있을까? 과연 괜찮을까 의심도 했지만 이번 기회에 문화상품권이라는 게 있는 것도 알려주지, 뭐. 하면서 없는 것보단 낫지, 만족스러워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는 처음 보는 문화상품권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거는 아빠가 넣어 놓은거야?” 물어보면서. 우리 부부는 식은땀을 흘렸다.
“설마~ 아마도 tooth fairy가……. 아마……. 음……. 이런 돈?도 있다고 소개시켜 주려고 한 거 아닐까? 이걸로 책을 사거나 음식을 사먹을 수도 있거든. 와~ 이것도 참신하다. tooth fairy가 센스 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