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cosystem/도담도담

사춘기가 오기 전에.

Musicpin 2020. 10. 12. 11:29

밤, 하루를 마무리 하는 잠자리에서 그림책을 읽고 조명을 끄면 꼭 아들이 이런다.

 

“엄마, 우리 대화 좀 하자.”

“아까 밥 먹으면서도 했잖아.”

“아빠랑 누나랑만 하잖아, 나랑도 대화 좀 하자. 엄마부터 말 좀 해봐.”

 

엄마의 사랑이 누나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건지, 아니면 누나보다 더 엄마와 친하고 싶은 바람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다섯 살인 남자 아이가 대화 좀 하자고 하니 ‘풉’ 웃음이 났다. 보통 남자아이들은 말 주변이 없다고 누가 그랬나. 이렇게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아니면 사춘기도 되기 훨씬 전이라 그런가.

 

그러고 보면 아이는 엄마 아빠와 누나가 함께 이야기하면 갑자기 끼어드는 식이다. 보통 딸 아이에게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루 중 어떻게 보냈는지 등등을 묻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둘째에게는 묻지를 않았다. 아무래도 고작? 다섯 살인데 무얼 알까 싶은 마음이랄까.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직 어리다는 무의식적인 태도가 있음직도 하다. 아이 딴에는 누나처럼 엄마 아빠와 대화하고 싶은데 부모가 알지 못하니 무턱대고 끼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본인 딴에 대화가 부족하면 잠을 자자고 불을 끄고 누웠는데도 종알종알 이야기하길 원한다. 졸려서 눈이 곧 감길 것 같은데도 애써 눈꺼풀을 떠 가며 엄마와의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

 

처음엔 나도 졸음에 ‘무슨 대화야’ 했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사춘기가 되면 먼저 방문을 닫고 말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데 먼저 대화 좀 하자는 말이 얼마나 고마운가. 다섯 살이어도 나름의 이야기가 있겠지 생각하면 아이가 하는 말들을 허투루 들을 수가 없다. 함께 보내는 시간, 나누는 이야기가 곧 추억이 되고 에너지가 되고 사랑밥이 될 텐데, 가벼이 들을 수야 있나.

 

해서 불을 끄고서라도 아들이 하는 이야기,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좀 더 만끽하기로 했다. 대화 좀 하자는 아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함께 있어주는 것. 사춘기가 되어 엄마가 ‘대화 좀 하자’ 신청 할 때 ‘좋아요’할 수 있는 찐한 우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금부터 함께 대화 좀 해야겠다. 아들 말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