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cosystem/도담도담
아이의 자라는 한 뼘
Musicpin
2020. 9. 27. 22:45
도자기 페인팅을 처음 한 때는 첫째 아이가 다섯 살 즈음이었다. 발도르프 어린이집에서 아이 손에 물감을 묻혀 그릇에 담아 주었다. 아이 나름대로 물감칠도 한 것을 보고 얼마나 뿌듯하던지. 지금은 깨져서 당시의 그릇은 없지만 자라는 아이의 한 뼘을 그릇에 담는 건 참으로 감동이다.
해서 둘째 아이가 다섯 살이 된 지금을 담고자 공방에 다녀왔다. 첫째 아이가 다섯 살 때 처음 해봤던 도자기 페인팅을 둘째에게도 기념으로 남겨주고 싶었다. 역시나 남매는 너무나 즐거워한다. 직접 그릇을 선택하고 도안도 그려본다. 첫째 아이는 하트, 물결무늬 접시를, 둘째 아이는 자동차 접시를 골랐다. 그리고 하나 더는 남매의 손 도장을 남겼다.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가 이야기가 되는데 직접 그리는 그림이 물감으로 칠해지는 것을 보면서 둘째 아이는 로보트 이야기를 시리즈로 늘어놓는다. 첫째 아이는 다음에 올 때 직접 그릇을 만들기까지 해 보자고 조른다. 아기가 만들어가는 그릇은 또 얼마나 새로울까. 남매와 함께 그릇을 만들기로 약속도 해 본다.
자신이 정성스레 꾸민 그릇에 음식을 담아내는 과정은 뿌듯함이다. 더디 먹던 밥도 더더욱 맛있어지는 마법을 발휘한다. 과거 내가 했던 도자기 접시까지 하면 우리 집 추억 접시가 늘었다. 나만의 접시는 아이의 자라는 한 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