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추석 생활 no. 2
사람많지 않은 곳 찾아다니기!!!
집과 가까운 곳 대부분 산과 강이다.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기도 하고 차로 지나다보면 저기 저 멀리 가축을 키우는 축사도 간혹 보이고 과일을 키우는 과수원도 있는, 자연이 늘 함께다. 코로나로 인해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해 다녀야만 하는 데 현재 거주 지역은 조금만 조심해서 다니면 우리만의 시간이 가능하다. 해서 추석 둘째 날, 사람이 없지만 가볼 만한 곳을 검색을 했다. 그리고 선택과 결정. 출발이다.
산막이 옛길.
산막이 옛길은 총 길이 10리의 옛길로서 흔적처럼 남아있는 옛길에 덧그림을 그리듯 그대로 복원된 산책로. 옛길 구간 대부분을 나무받침(데크)으로 만드는 친환경 공법으로 환경훼손을 최소화하여 살아있는 자연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막이 옛길을 따라 펼쳐지는 산과 물, 숲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은 백미로 꼽을 수 있는 곳이다. (홈페이지 中.)
산책로를 일정구간 걸어가서 배를 타고 돌아오는 코스. 우리는 반대로 배를 먼저 타고 이동하여 걸어서 돌아오기로 했다. 잠잠한 물 위를 배가 스르륵 나아가니 물경이 인다. 가장자리 부딪치는 물이 파도가 되어 철썩인다. 출렁이는 모습만 봐도 힐링이다. 남매는 배를 탄다는 자체만으로도 신나 한다. 아이들이야 뭘 해도 좋아하니 감사하다.
낭만에 심취했는지 에피소드도 있다. 배에서 내려 다시 돌아오는 코스(대략 40여분)인데, 우리는 산책로 쉼터 중 하나인 출렁다리를 향해 나름 지도를 읽고(잘못 읽었지만ㅜ) 곧장 걸었다. 한 시간 반 여 걸어갔는데 길이 끊겨있는 거다.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배도 끊긴 그 시각은 오후 5시 30분 여. 어찌 된 건지 전화해서 물어보자 배에서 내리자마자 되돌아와야 하는코스인데 직진한 것이 오류였다. 오, 이런. 날은 이제 곧 질 텐데 걸어온 1시간 30분여를 다시 되돌아가고 더해서 시작점까지 40분을 더 걸어야 했다. 오 마이 갓.
별 수 있나, 다른 방법이 없다. 다시 되돌아 가자. 해서 총 4시간을 걸었다. 기특한 건 남매가 울지 않고 잘 걸어준 거다. 징징대지 않고 부모 탓하지 않고. 하하. 갈 때는 바위와 나무 뿌리가 만든 자연 그대로의 계단이나 풍경이 그렇게 좋더니만 시작점으로 돌아갈 때는 급한 마음에 나무고 물이고 보이지 않는다. 역시 세상살이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 하나 보다.
남매가 안쓰러웠지만 한편으론 많은 시간 함께 걸어서 뿌듯했던 시간이자 추억이다. 오가는 길에 아이들이 한 말도 명언이다.
‘엄마 내려가는 부분이 있으면 올라가는 부분도 있어.’
‘엄마, 길이 막혔으면 되돌아 가면 돼.’
‘엄마, 잘못 선택했어도 다시 걸으면 되는 건 가봐.’
어둑어둑한 하늘을 지나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입구로 돌아온 우리 가족, 그 날 저녁은 허겁지겁 정신 없이 먹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우리만 길을 착각한 게 아니라 그 곳을 찾은 여행객 중에서는 길을 잃어서 119에 신고해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아고, 우리는 그래도 구급대를 부르지 않았다며 나름? 뿌듯해 했다. 의도치 않게 산막이 옛길 코스 완주(完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