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정원네 주말농장, 텃밭 열다.
모종을 보러 다녔다. 적상추, 깻잎 등은 이미 심겨져 있었기에 오크 상추, 청치커리 등을 심었다. 5월이 되면 방울토마토와 오이, 고추도 심어볼 거라고 우리 집 아이들은 종알댄다. 주말농장을 예약하고 난 후 우리 가족은 설레었다. 한편으론 놀랍기도 하고.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내가 엄마가 되고선 감히 해 볼 용기를 내었으니 얼마나 새로운가. 나에게도 새로울 도전이, 혼자서는 생각하지도 않았을 도전이 엄마라는 이름으로는 부딪힐 용기가 되어준다.
어렸을 적 주택에 살았던 나는 집 옆의 텃밭에서 놀곤 했다. 부추와 상추, 열무, 가지, 오이 등이 열리면 엄마는 그 자리에서 가지를 따서 먹어보라고 건네고는 했다. 바구니 한 가득 푸짐하게 담긴 채소들은 깨끗하게 씻어 점심 밥상에 올랐다. 텃밭 옆 작은 평상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먹는 점심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갓 따내어 낸 채소가 싱그럽고 달다는 건 그 때 알았다. 지금도 간혹 그 때의 쌈 채소 맛이 떠오르는 걸 보면 어렸을 적 추억이 삶의 자양분이 된다는 뻔한 이야기가 생생해 진다.
생기 있고 살아있는 채소의 맛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줄 수 있다니 즐겁지 않을 수 있나. 어쩌면 어릴 적 한 자락에 자리한 그 추억 덕분에 과감히 용기 내어 텃밭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도 직접 심어보고 키우고 수확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렸을 때는 아무 생각 없었던 텃밭이 이 나이 되어서 아이들과 함께 하게 된다니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행동하는 교육이 실천된다. 그런 의미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상추나 깻잎은 잘 자란다니 두려움이나 걱정은 내려놓고 푸릇하게 싱싱한 채소들을 만날 날을 그려봐야지.
초보 엄마의 조심스런 마음은 안중에도 없듯 아이들은 모종삽 하나씩 들고 열심들이다. 9세의 딸 아이는 집에서 분갈이를 종종 해 본 터라 텃밭에 심을 때도 적극적이다. 비닐이 덮어진 곳에 모종삽으로 파내어 포트에서 빼낸 모종을 옮긴다. 모종을 옮긴 후 주변 흙으로 모종과 텃밭 사이의 공간을 채워 넣은 후 살포시 눌러주며 뿌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한 손 가득 모아진 주먹에 흙이 가득 담기다 모종의 뿌리에 내려놓으며 덮는다. 고사리 손으로 하나하나 심어나가는 손이 야무져 보인다.
둘째 아들은 모종을 옮겨 심는 게 생소한지 삽을 들고 연신 여기 저기 땅을 파 놓는다. 흙을 만지고 풀을 파다가 작은 새끼 지렁이를 만나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지렁이를 만지기도 하고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 보기도 한다. ‘엄마, 이거 좀 봐봐’하며 깔깔대는 게 생기가 돈다. ‘뭔 지독한 냄새가 나(비료냄새)’ 하기도 하고, 돌을 파내어 보기도 하는 등 분주하다. 집에서는 ‘엄마, 심심해’ 말을 쏟아내는데 한창인 아이가 여기저기 다니는 모습이 너무나 반갑다. 혼자서 자연을 만끽하도록 슬그머니 내버려둔다. 잠시 혼자 두어도 지척에 가족이 있으니 한 마음으로 엮인다.
아이가 어릴 때는 ‘나 같으면 내 체력에 저렇게 못할 거야’ 외쳤던 책의 한 구절이 현실이 된 나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벌써 이만큼 큰 거구나 실감한다.
엄마라서 참 다행이야 中. 96p. 구멍난 바지와 그을은 얼굴
“아이를 그을리게 하라.
풀, 흙, 벌레를 만지게 하라.
더러운 옷을 입게 하라. 옷이 더러워지게 하라.
기게 하라. 구르게 하라. 뛰게 하라.
적당히 긁히거나 까져도 된다.
더 좋다.
회복되는 과정은 성숙과 인내를 배우게 하니” –오소희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