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cosystem/Musicpin

어쩌면 우린, 운명일지도 몰라/ 아이는 수업 내내 울었다.

Musicpin 2021. 7. 22. 07:35

공동으로 사용하는 감각통합실, 음악실로 가기 위해 아이의 손을 잡고 지나간다. 안부도 묻고 한 주 어떻게 지냈는지 말도 건네고. 대답이 없을 아이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런두런 말을 건넨다. 음악치료실로 가려는 목적이 분명한 나에 반해 아이는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며 어기적어기적 걷는다. 그러다 문득, 한 켠에 놓인 비누방울 스틱을 아이는 갑작스레 빼앗듯 집어 들었다.

‘이건 우리 시간에 하는 게 아냐, 우린 음악실로 가자. 그리고 이건 물건 주인에게 사용해도 되느냐 물어보고 난 후 괜찮다고 하면 그 때 사용하자.’

가지고 놀고 싶었던 마음이 원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자 아이는 그대로 주저 앉았다. 초등학교 3학년 남자 아이. 나의 어깨까지 키가 크고 끌어당기는 힘이 내가 흔들릴 만큼 센 아이. 한번 주저앉자 더 이상 끌어지지가 않는다. 몇 번을 가져갔다 빼앗아왔다 반복하자 급기야 아이는 목청껏 울기 시작했다.

‘하고 싶어요. 그거 주세요. 당장 내놓으라고요’ 하듯 아이는 자신의 온 힘으로 버티고 실내가 다 울리도록 운다. 원하는 것을 갖고야 말겠다는 고집과 우리 물건이 아니니 그럴 수 없겠다는 의견이 맞섰다. 하고자 하는 바람이 다른 우리는 그 자리에서 팽팽하게 대립했다. 원하는 목적이 ‘비누방울 놀이’와 ‘음악실로의 이동’으로 다를 때 치료사로서 나는 어떤 자세와 태도를 취해야 할까.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아직 말도 안 하는 아이. 울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아이. 본능적인 욕구만이강한 아이. 이쯤 되면 다양한 의견이 내 안에서 분출된다. ‘그냥 쥐어줄걸 그랬나. 아니야, 그래도 알려줄 건 알려줘야지. 그래도 저렇게까지 울면서 하고 싶다고 하는데……. 아니야. 아이가 진정 바르게 자랄 수 있으려면 자신을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힘도 길러주는 게 나의 몫이야.’

결국, 아이는 비누방울 놀이도 못하고 나는 음악실로 이동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둘 다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힘겨루기를 했다. 알려주려는 자와 알고 싶지 않다는 자 사이의 긴장감이 우리 사이에 놓였다. 기본적인 태도가 될 중요한 습관을 형성하는 과정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행동은 단호했지만 마음으론 함께 울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아이와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를 만난다는 건, 우주를 만나는 일이다. 내 아이가 귀하듯 이 아이도 귀하다. 나의 기준이 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회에서 적응해 살아가려면 기초적인 규범은 알고 자신을 스스로 조절하고 내 물건이 아니라면 내려놓을 수 있는 통제력도 있어야 한다. 자리에 앉아 혼신의 힘을 다해 우는 아이 옆에 가만히 앉았다.

이젠 바닥에 누워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겠다 귀를 닫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건 등을 쓸어 내리는 행동만이 유일했다. 비록 네가 원하는 걸 들어주지는 못하지만 이 순간에는 함께 하고 있다 알려주고 싶었다. 울음을 그치고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나는 여기 있겠노라 아이에게 온 마음을 다해 전해주고 있는 행동이기도 했다. 단호하지만 혼자 두지 않겠다는 진심으로 아이의 공간에 함께 머물고자 했다. 눈물에 가려 알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비누방울 스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