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보고 작가라고 했다.
동공이 커졌다. 놀란 눈썹은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벌어진 입을 감싸게 했다. 멍하게 초점 없이 되뇌이다 순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커다란 비밀처럼 꼭꼭 쥐었다. 믿기지가 않는다. 쉽게 알려주기 싫은 꿀단지처럼 달디 달았다. 심장이 두근대고 벅찬 감정이 흘러 아슬아슬하게 찰랑거릴 때면 슬며시 내 손안의 보석처럼 열었다. 흰 바탕에 검은색 글씨를 보았음에도 내 시선에는 천연의 온갖 무지개 색이 온통 들어가 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세상에나. 나보고 작가라고 그랬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나보고 작가라니. 예전에 『마더코칭 연구소』 수업에서 읽고 썼던 은유작가님의 글이 생각났다. ‘여류 작가’도 아니면서 감히 읽고 쓰는 나는, 여기 사람 있다는 외침이었다고. 느끼고 꿈꾸고 회의하는 감수성 주체로 살아가는 여자 인간이며 나를 설명할 말들을 찾고 싶고 나를 이해할 언어를 갖고 싶었다고.
결혼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한 사람의 아내로 살면서 나의 이름이 흐려질 때, 여기도 사람 있다고 소리 없는 외침을 쏟아 부었다. 여자인간으로서의 삶보다 아이들의 자양분 신랑의 그림자 역을 맡고 있는 듯한 삶을 살 때, 내가 나 자신이면서도 정작 나를 위해 살지 못하는 시간들이 허무했다. 사회적 무능 상태, 모호하고 광범위한 나의 삶에 질서를 주고 싶었다. 나로서 살지는 못하지만 분명히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로 채워가고 있는 시간들이기도 했다. 그 살아있는 역사가 글 쓰는 과정 중에 기록되고 확인하면서 비로소 내 삶을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찬란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서툴지만 호기심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지난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관련된 과를 나오거나 전문가들만이 글을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 창의력이 넘쳐나고 글 솜씨가 뛰어난 사람의 전유물이라 생각해 감히 엄두도 내지 않았다.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고 무작정 썼다. 타인의 누군가에 의해 표현되어지기보다 나만의 언어로 나를 풀어내고 싶다 생각했다. 내가 겪고 느끼는 모든 것들. 즉, 살면서 맞닥뜨리는 문제들, 고민들, 깨우침, 질문, 변화, 희로애락 등 일상의 모든 것들을 나만의 생각과 표현으로 풀어내고 싶어졌다. 그렇게 좀 더 깊고 넓은 생각을 가진 내가 되어가는 과정의 기록이 글쓰기에 있다는 것이 좋다.
혼자서는 감히 바라지 못했을 꿈, 혼자 했다면 감히 용기내지 못했을 목표가 글쓰기 스승님과 글벗 언니가 있어서 가능했다. 일기처럼 쓰는 글도 시간을 내어 읽어주고 일상의 소소함을 그러모아 글감이 될 수 있겠다는 응원도 감사하다. 동굴로 숨어 들어가는 나에게 할 수 있다 지지해 주고 따뜻한 온기와 언어로 할 수 있다는 격려도 감사하다. 그간의 시간들, 길었다면 길고 짧았다면 짧은 이 시간을 함께 해 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걸, 안다. 마치 씨실과 날실처럼 내 생에 수를 곱게 놓아주는 두 분이다.
글로 만날 거라는 다독거림과 믿음이 징검다리처럼 엮인다. 혼자만의 아이디어가 아니고 바람처럼 알려준 힌트 덕분이었고 잘 차려주신 따끈한 밥상 덕분이라는 걸 안다. 매 달 금 같은 귀한 도서들로 생각의 힘을 키워준 선생님께도 감사 하고, 고민하고 부대낄 때 세상 따뜻한 말로 조언해준 언니께도 감사하다. 부족한 글을 나누는 순간에 언니의 메시지(댓글)과 박수로 힘입어 함께 나아올 수 있었다. 우리 모두의 정신이자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도 함께 꿈꿀 수 있음을 믿는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는 삶이자 일상을 온 몸으로 살아낸 내가, 중간지점처럼 혹은 간디의 마리츠버그 역처럼 다시금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