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하루

동아줄을 놓지 않았던 시간들.

Musicpin 2019. 11. 7. 14:56

동아줄을 놓지 않았던 시간들.

 

2013년도 첫째 아이와 만난 순간부터 사실 미래가 불명확했다.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공부와 일을 뒷전에 두고 과연 내가 다시 일을 하게 될 수 있는 순간이 올까. 과연 그런 날들이 오기는 할까. 사실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 크면 바로 어린이집에 보내고 일을 할 계획이었다. 나의 이름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잡아당기기 위해 아이는 뒷전이었다고나 할까. 헌데 그 당시 어린이 도서관의 마더코칭이라는 부모강의에서 김유진 선생님을 만났고 꾸준히 강의를 들으며 나는 육아에 대해 무지한 나를 마주하게 됐다. 한 아이의 인생을 놓고 또 다시 오지 않을 아이 어릴 적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육아에 대한 내 생각의 심각함을 마주했다고나 할까. 내 삶이 소중하면 아이의 삶도 소중하고 아이에게 있어 엄마는 세상에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긴밀한 관계인데 어찌 그리 무지하게도 간과하고 있었을까.

  부모 교육 덕분으로 3년을 아이 옆에 있기로 결정하면서 아이에 대해 나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나의 그릇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싶었고 내 한계치는 어떤지, 밑바닥은 어떤지, 어떤 점이 취약한지 여러모로 자신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고 함께 살아내면서 내 삶의 스승은 우리 아이들이구나 싶다. 생각을 깊게 하고 그릇을 넓게 하고 무엇보다 행동하게 한다. 성장하는 아이들과 발맞추어 가려면 행동까지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체감한다. 말로만 하는 육아는 힘이 없다. 행동으로 반걸음 앞서 걸으며 함께 하는 것이 아이들을 통해 배운 값진 경험이다. 어쩌면 사회생활보다 엄마로서 살아온 시간들이 더 배울 점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도 나의 이름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을 그리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나의 삶을 살고 여성으로서의 나를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같이 했다. 예상 시간은 3년이지만 둘째아이와 만나는 시간까지 겪다보니 길어져서 어느새 7,8년 째 무직인 경력단절의 여성이었다. 언제쯤이나 나의 이름으로 살 수 있을까 조바심도 났었고 과연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은 불안감도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에 안절부절 할 때면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았던 것이 책이다. 살아가기에 자양분이 되는 다양한 책들을 읽고 필사하고 글을 써서 카페에 올리고 전공책을 미처 읽지 못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 또는 분기별로 있는 전공 스터디에는 무조건 참여했다. 공백을 대신할 수 없지만 감각들을 잃지 않기 위해 동아줄처럼 책을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이 글을 쓰는 현재, 나는 다시 나로 살 수 있는 제안을 만나게 됐다. 이 어찌 감격스럽지 아니할까.

  연구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배가 이런 저런 프로그램들을 이야기하면서 함께 해보자고 한다. 내 반응은 어땠을까. 그렇게 염원했으면서도 일단 망설였다. 아이들은 어쩌지? 공백이 길어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연구소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 헌데 너무 고맙게도 오랜 공백이 불안을 야기한다면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는 제안으로 태교 프로그램 어떠냐는 거다. 본인은 아직 결혼하지 않아서 임신과 태교 부분은 이미 경험한 내가 적합할 것 같다면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고 연구소로 오지만 합당한 보수와 개인적인 프로필은 유지할 수 있도록 홍보해 주겠단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더구나 처음 육아에 대해 배웠던 그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육아에도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던 터라 아이와의 대화가 좋을 태교프로그램이라면 할 수 있겠다는 뱃심이 들어찬다.

  음악치료사라는 직업, 외에도 상담사라고 하는 자리에는 자격증만으로는 부족한 삶의 지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인이다. 의사는 차라리 병의 증상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면 그만이지만 상담 쪽에 있는 직업군들은 자신의 숙명과 같은 인생의 과제를 해결하고 내담자를 만나야 한다고 본다. 설령 그리 아니할지라도 자신의 어떠한 것에도 걸리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수행이 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객관적으로 내담자를 만나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색안경으로 보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단련해야 하는 것. 상담자라는 직업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작업이기에 그만큼 숭고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감이 드는 것은 당연하고. 내담자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를 가질 수 있다면 그만큼 보람된 일이 있을까.

  내가 처음 음악치료를 공부하고 싶었던 계기는 관계다. 나와 나, 나와 타인, 나와 사회의 소통. 관계. 부모와 아이 사이에 오가는 수많은 것의 관계가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부했었다. 그 시작은 태교에도 있지 않을까. 말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나라는 존재의 유무를 느낄 수 있는 감정과 느낌. 그것에 음악이라는 도구만큼 직관적이고 직접적인 도구가 있을까. 부모와 아이의 관계의 질을 높이기 위한 태교프로그램이 나에게도 , 세션으로 만날 사람들에게도 더 나은 과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홍보 글을 구상해본다.

 

태아와 나, 행복한 교감

본 프로그램은 아이와의 행복한 동행이자 첫 만남을 준비하는 태교 과정입니다.

태아의 심장소리, 음악이 피어나는 과정입니다.

태아와 함께 엄마가 되는 소중한 시간들을 음악과 함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