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하루

아이들과 덕분에

Musicpin 2019. 8. 5. 20:37

아이들과 덕분에 

이사한 지 22일만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달이 바뀌어서 8월 첫 날. 다양한 감정을 품었던 7월이 어느새 지나갔다. 언젠가 지나고 보면 8월이 되어 있을 것이라 다독였는데 그 날이 오늘이다. 갑자기 들어 닥친 날짜마냥 달력이 새롭다. 시간이 빠른지 내가 정신없이 보냈는지 아무튼 시간은 흐른다

이 지역에서 슬그머니 익숙해지게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은 바로 아이들이다. 다닐 예정인 어린이집 방학이 87일까지인지라 아이들과 함께 보낼 보람찬 시간표를 짜야했다. 이사를 하면서 주소를 이전하면 반드시 챙겨오는 지역 팜플렛. 아는 지인이 이 곳에 없는 관계로 팜플렛에 소개된 곳들부터 챙겨본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하기 좋은 장소들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니 시간이 잘 갈 수밖에.

 어머나, 세상에. 복지를 잘 해놓은 곳이라더니 공원이 아주 많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다가 한 군데 들르고, 도서관에 회원증을 만들고 나오면서 놀았으며, 팜플렛에 소개되어 있어서 찾아가 놀았다. 가장 기다란 미끄럼틀이 있는 공원, 정원을 잘 조성해 놓은 공원, 자전거 공원, 물놀이파크 저리가라 할 정도로 잘 되어 있는 물놀이 공원, 산책하기 좋은 공원, 게다가 아파트 상가에 자리한 키즈룸도 한 몫 했다. 보통은 키즈 카페를 가야지만 있는 방방이나 미끄럼틀이 아파트 관리 사무소 건물에 위치되어 있으니 이제 막 이사를 온 우리들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더더군다나 시간제한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우리 아이들만 빌려서 노는 호사를 누렸다.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매일 매일을 어떻게 보내나 염려스러웠는데 이사와 시즌이 맞아서 멀리 나가지 않아도 새로운 곳들을 방문하다보니 시간의 흐름도 빠르게 느껴진다.

집에서 차를 타고 15분여를 가다보면 휴양림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당장 도시락과 간식을 싸서 나들이를 다녀왔다. 자연에서 아이들을 놀게 하고 싶다는 나의 바람이 현실이 되는 순간. 진심으로 감사했다. 어린이 자연 놀이터가 있어서 나무를 타고 놀고 솔방울을 모았다. 돗자리 옆으로 지나다니는 다양한 곤충들, 온갖 소리로 지저귀는 앙증맞은 새 들, 각자의 자리에 위치하며 나부끼는 바람에 잔잔히 흔들리는 나무와 꽃들까지.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엄마이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해서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종종 산에 놀러와 함께 놀아줄 수 있다는 것이 제일 기뻤다.

휴양림 꼭대기에는 천문대도 있어서 별 관측이 가능하다. 관측과 관련된 상영은 예약제이기에 미리 예약을 하면 아이들과 함께 별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산에서 놀다가 별도 보고 내려오면 지금의 아이들 시기와 맞아 떨어지기에 엄마로서 최고로 좋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산에 들어가 피톤치드가 나오는 나무그늘에서 돗자리 펴고 준비해간 간식을 먹으며 책을 보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이 잘 적응해 준다면야 너무나 좋다. 애들 덕분에 매일 같이 나가서 드라이브 아닌드라이브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가는 것 같다. 나 혼자였다면 적응이 쉽지 않았을텐데 아이들 덕분에 오늘도 집을 나선다. 복지가 잘 되어 있는 지역과 연이 닿아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