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하루

차곡차곡 쌓아온 나의 흔적

Musicpin 2019. 11. 25. 16:05

아들이길 원했던 부모의 바램.
딸이기에 받았던 존재의 부정.

그 토대 위에 세운 감정들은 슬픔이었다.
슬픔의 메카니즘.
존재의 부정으로 인해 간절히도 찾았던 것은

있는 모습 그대로의 사랑.
결국은 사랑이었다.

부정된 존재 라는 감정 뒤로 숨은 나.
남자였으면 어땠을까 본능적으로 생각했고
남자답게 행동하면 달라질까 본능적으로 반응했으며
존재 자체로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으려면
이래야한다는 조건을 자꾸 걸어붙였다.

그렇다고 남자처럼 컷트 머리를 한다던지 남자아이처럼 파란색 옷을 즐겨 입게 됐다던지의 선이 아니다. 내 존재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 반영해 대하는 태도, 내 존재에 대해 말하는 그들만의 언어에 서성거리느라 아이답게 자라지 못하는 유년기를 보냈다. 나의 마음 속 어린아이, 존재 자체의 나보다 주변의 것들에 더 신경을 썼다.

예뻐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사랑스러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피어올랐다.
내 존재 자체로서의 인정은 항상 목말랐고
나의 어딘가를 싫어하는 사람이나 의견을 만나면
즉각적으로 상처를 받았다.

원점은 바로 이것.
나는 누구도 원치 않는 사람이구나.
나는 누구도 사랑해주지 않는구나.
삶에 중심을 잡고 자라야할 나라는 나무는 그렇게
슬픔 위에 토대를 잡고 외부의 바람이 부는대로
나부끼는대로 흔들리며 자랐다.

그 마음이 굳고 굳고 굳어져서
현재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