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가족입니다만...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

Musicpin 2019. 12. 24. 17:53

군인, 군악대장 가족입니다. 


2011년 말, 12년 초에 우리는 만나 재능기부 공연을 하며 연애를 했다. 신랑의 직업은 군인. 군악대장이었다. 연애 당시 나는 대학원(26)에 다니고 있었고 신랑은 26사단에 근무하고 있어 우리는 어쩜 생활하는 숫자도 인연이냐며 신기(?)해했다. 작은 것에도 설레어 하고 사랑인가보다 의미를 두며 풋풋하고 상큼했던 달달한 연애시절이다. 지금은 낯간지럽고 새삼스러운 연애 시절이다. 여느 연인들처럼 이게 인연인가보다 하고 결혼했다. 신랑과 인연이 되어서, 그렇게 군인의 아내, 가족이 됐다.

  군인이라면 철부지 20대 초반에 친구들이나 오빠 동생들이 입대하던 것들이다. 훈련소에 들어가면 이등병이 되고 일병이 되고 이별을 많이 한다는 상병,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 병장. 대학 때 복학해서 같이 다니던 복학생 오빠들, 여자는 애 낳은 이야기라면 남자들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군인가족들은 이사를 많이 다니더라 하는. 내가 아는 군인은 그 즈음의 이야기들이 전부다. 해서 군악대장이라는 신랑의 직업은 참으로 신선했다. 단번에 떠오르는 질문은 전쟁이 나면 군악대장은 무엇을 하나였으니 군인에 대해서 무지해도 이렇게 무지할 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군인을 만나서 결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사진출처. 책. 음악만들기와 오케스트라의 역사


누구나 그렇지 않지만 대체로 그렇듯이 열렬히 연애를 하고 함께 살고 싶기에 결혼했다. 그렇게 군악대장, 군인의 가족으로 산지 어언 9년을 향해간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업군들 중 하나인 군인, 다르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하며 차이가 없는 듯하면서 조금은 특수한 색채를 띠는 군인가족의 삶. 이사를 다닌다던가, 관사에 무리를 지어 사는 것, 계급 사회이다 보니 겪게 되는 서열들, 그에 따른 일련의 관계나 소통들, 군인가족으로 살면서 좋거나 어려운 점,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식주, 부모가 되면서 경험하는 육아와 군인가족의 아이들이 되어 겪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 그 모든 것은 현실의 무게감으로 때론 무겁고 버겁게 하기도 한다. 해서 연고지가 없다는 것은 깊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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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책. 음악만들기와 오케스트라의 역사


같은 직업군의 직종이면서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들은 다들 달라서 정답이 없다. 같은 군인가족이지만 이 안에서도 하나같이 다 다르다. 다르다는 것에는 각자의 개성이 있다는 것이고 개성은 비교를 가지고 온다. 같은 아파트, 비슷한 공감대, 월급, 계급사회, 스케쥴. 그것은 결국 같은 듯 다른 나와 너의 비교로 연결되어 미묘한 감정 흐름의 토대가 된다. 그 미묘함이 혼란스러웠다. 괜찮다하면서도 괜찮지 않을 때,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것일까. 어쩌면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은 감정을 느끼겠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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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책. 음악만들기와 오케스트라의 역사


군인 가족이기에 겪는 계급사회 특유의 문화와 분위기를 통과하기에 혼란스러움은 크다. 군인가족이라면 누구나 다들 그렇게 사니까 라는 범주 안에 넣어 기준치에 맞춰지는 것이 억울했다. 나는 군인가족이라는 시선아래 나의 삶이 획일화되는 것이 싫다. 허나 기나긴 역사를 지닌 군인이라는 직업군과 군인의 아내로 살아가야 하는 여성의 길은 나 혼자 개인의 힘으로 의미를 부여하기엔 바위에 계란치기이다. 조금씩 수정해나가고 정리하고 나서 보니 군인이라는 틀은 너무도 커다란 문화의 한 부분이기에, 또 군인이지만 악기를 전공하고 음악을 유지하고 있는 특색 있는 부류, 군악대장이기에 그 부분에 집중해서 써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