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하루

취소된 졸업식

Musicpin 2020. 2. 22. 18:07

 

 

10시까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입구에서 인사를 하는데 선생님이 집이 어디냐 물으신다. 군인에게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어서 군인 가족의 자제들은 모두 귀가 조치를 하고 있단다. 아침 일찍 신랑에게 문자를 받아 듣긴 했지만 엄마로서 아이의 졸업식은 참석하게 해 주고 싶었다. 일찍이 등원하자마자 바로 하원시켰다는 가족도 있다니 불안감이 증폭된다. 하필 확진자가 집에서 15분~20분 거리에 있는 부대라고 하니 더더욱 간과할 수가 없다. 단체 졸업식은 취소되었지만 각 반에서 졸업식 의미는 가진다고 하니 일단 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하고 소독한 후 남매를 들여보냈다.

담임선생님께 일정을 물으니 11시 30분이면 끝이 난단다. 다시 오지 않을 아이의 7살, 요맘때 한번 있을 졸업식을 흐지부지 기념만 새기고 마무리 짓는다니, 부아가 났다. 더군다나 친구들과 다양한 공연을 준비하면서 엄마 아빠에게 꼭 오라고 신신당부했던 딸이다. 무대에서 자신의 공연을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갑자기 늘어난 코로나19 확진자들로 무산되었다. 졸업식 공연이 끝나면 친구들과 피자를 함께 먹을 예정이었다는 딸아이의 목소리가 씁쓸하다. 부풀었을 기대감이 사그라드는 소리.

남매를 들여보내고 주차장에 주차했다. 확진자가 가까이에서 어디를 다녔을지 모르기에 쉬이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단체톡에서도 군대가 뚫렸다는 소식에 우왕좌왕이다. 단체생활이 필수인 군대에서, 그것도 집과 가까운 위치에서 확진자가 나타나니 불안이 가중된다. 다른 사람들은 가까운 마트에서 사재기를 했다고도 하고 동선이 파악되는 대로 공개한다고도 했다. 당장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피하라고도 했고 새삼스레 바이러스 예방수칙을 눈여겨보기도 했다.

2월 마지막 주인 다음 주 수요일에 둘째 아이의 4세반 수료식이 있을 예정이었는데 그것도 취소다. 이왕 기다리는 김에 아들의 짐까지 다 챙겨오기로 마음먹고 아이들과 함께 하면 좋을 놀이들을 정리해봤다. 갑자기 시행된 봄방학이라 생각해야지 별수 있나.

기다렸던 한 시간 여가 흐르고 아이들을 다시 데리러 입구에 섰다. 제대로 된 졸업사진 한 장 못 남기고 담임선생님과 감사의 인사 제대로 못 나누고 자리를 떴다. 이사 오고 반 년을 함께 했던 선생님. 적응 하나만 바라며 까탈을 부린 까다로운 엄마였을텐데 제대로 선물도 전하지 못해 못내 아쉽다. 아이 역시 반 친구들과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로 사진을 찍었단다.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다수가 이렇게 불편함 속에 치러야 하나 못내 불편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표정을 굳히고 싶지 않다.


귀가하자마자 손 씻게 하고 입던 옷을 모두 벗어 세탁기에 넣었다. 소독을 하고 신랑에게 부대 내 px에서 장을 보도록 했다. 당분간 큰 마트나 집 앞 px는 동선이 겹칠지 모르니 미리 조심하자는 취지다. 앞으로 일주일 길게는 열흘간 집에서 갇혀 있을지 모른다.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 나가기에도 불안하다. 함께 오후 시간을 보내면서도 뉴스를 살펴보느라 어떻게 시간이 흐르는지도 몰랐다. 군대가 어수선할 때는 신랑도 비상이 걸리기 마련인데 비교적 늦지 않게 퇴근을 하고 왔다. 다행이다. 미처 보지 못한 졸업 공연은 어플 키즈노트 공지사항에 동영상으로 보며 딸아이가 아쉬워하던 피자를 먹었다. 공연 동영상이 끝나자 신랑이 퇴근길에 사온 꽃다발을 건넸다. 이렇게라도 조촐하게나마 졸업식을 축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