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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시킨 자유

2020. 8. 6. 09:44 | Posted by Musicpin

둘째 아이의 개월 수가 어느 덧 22개월 차. 두 돌을 코앞에 두고 있다. 잠만 자던 까꿍이가 어느 순간 고개를 이기고 뒤집더니 앉아서 놀고, 서게 되고, 걸어 다니고, 뛰어다닌다. 이제 막 두 돌을 만나는 아이가 성장하는 것은 놀라운 과정이 아닐 수 없다.

 

20개월 즈음부터 유독 단어의 발달을 보였는데 그것은 서로가 교류할 수 있는 의사소통의 기초가 되어주었다. 물, 붕붕, 우유 등. 자신이 가지고 노는 것들을 말로 표현하기도 하고 각종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표현해 내기도 했다. 매일 같이 읽어주는 그림책을 펼쳐들고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표현해 내기도 하고 로봇트가 되어 변신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새삼 많이 자랐다.

 

첫째 아이에게 가려 다 보지 못했을지언정, 더 세세히 기억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이 아이가 가진 놀라운 에너지가 나를 지치게 하기도 하지만 그만이 가진 갖은 재롱은 나를 웃게 한다. 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함께 있는 시간이 멀지 않음을 느낀다. 이제 곧 일 년여 정도 더 있기로 마음먹는 차에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대기가 곧 이니 잘 하면 2018년 3월 달에 입소가 가능하겠다는 것이었다. 내년 3월이면 아이가 25, 26개월 차가 된다. 순간. 나의 자유와 하고 싶은 공부와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이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이렇게 설레일 수가.

 

둘째 아이라면 그 누구보다 어린이집 적응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호기심 왕성한 활동성도 인정을 받았다. 누나가 다니는 덕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예상도 했다. 헌데, 아이 인생에서 고작 3년의 시간을 내어주지 못해 빨리 떼어내는 것이라면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엄마의 품을 찾고 놀다가도 금세 엄마를 찾는 아이의 눈과 마음을 모른 체 할 수가 없다. 물론 처음엔 호기심에 엄마가 없어도 잘 다닐 것이라 생각한다. 또래도 있기에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며 적응해 낼 것이라 생각한다. 허나 아직은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더 분리를 원하는 순간까지 함께 지내리라 결정해 본다.

 

아직은 엄마를 찾는다. 자신의 누울 자리를 내 품에서 얻는다. 욕심 같아서는 눈 딱 감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수는 없다. 각종 육아서와 심리 이론서에 나와 있는 것을 아는 이상, 내 욕심만을 채울 수 없어 나의 자유를 잠시 유보하기로 했다.

 

해서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어린이집 원장님께 연락을 했다.

“어제 잠깐 들었던 정원이의 대기는 그 자리가 더 필요한 다음의 친구에게 넘기려고 해요. 아이에게 36개월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저의 자유를 잠시 유보시키려고 합니다. 시간을 내어주는 엄마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상 어린이집처럼 다양한 자극은 되어주지 못할지언정 온전히 품어주기 위한 2018년이고자 희망해봅니다. 해서 상의 드리고 싶은 것은 대기를 다시 걸어 맨 뒷자리로 가도 되는지요? 저의 이상적인 계획은 내년 이맘때쯤, 혹은 2019년도 3월이기를 희망하는데 또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저의 계획에 가장 이상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해 보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저의 소망과 어린이집의 상황이 조율가능한지가 궁금합니다. 답변 천천히 주셔도 됩니다. 어린이집에서 또 뵈어요.”

 

이렇게 보내니 마음이 더 빨리 정리가 되었다. 그래, 알면서도 행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그리고 육아서를 처음부터 다시 잡자. 현실에서 핑계대지 말자. 쉽게 하려고 꾀부리지 말자.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허니 굼뜨지 않게끔 열심히 즐겁게 살자. 어쩌면 이것이 바로 가장 빠른 지름길인지도 모른다. 책과 함께 육아를 버무린 삶. 육아가 곧 경력이다. 나를 스쳐지나가는 그 어떤 것도 가벼이 여기지 말자. 나는 나로서 온전하게 살 수 있도록 다양한 큰 스승에게 열심히 배우자.  내 하루를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채워 나가자. 성장하고 성숙해지자.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2017.12.12. 그 때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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