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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아침에 눈을 뜨며

2022. 9. 26.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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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계셨네요~

2022. 9. 26.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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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사하다

2022. 9. 2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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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주택과 연이 닿다

2022. 9. 16.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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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공원에서 놀이밥 데이트 하는 중. 애기엄마가 누군고 하니 바로 나였다. 아이와 함께 놀며 그네를 밀던 중에,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뭐든 한창 열심일 오전 9시 30분 즈음에. 누군가 부를 리 없다는 생각이 당연해 돌아보지 않았다. 한번 더 ‘애기엄마’하는 말에 고개를 돌아보니 나다. 주름이 패이고 거뭇한 기미가 드문드문 있는 딱 봐도 70이 가까워 보이는 남자 어르신이다. 다가오며 손짓하는 모양이 나를 향하니 그제서야 무슨 일인가 싶다.

“아, 저요? 무슨 일이세요?”
“핸드폰에 전화번호 저장을 했는데 위치가 바뀌어서 찾을 수가 없으니 못하겠네, 이것 좀 도와줘 봐요. 이거 위치가 어떻게 달라지게 되나. 내 나이가 아직도 한창 젊은데 이거 원, 이게 들었어도 금방 까먹게 되네.”

순간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계) 앞에서 머뭇대던 나 자신과 겹치면서 어르신의 곤란함이 무언지 알 것만 같다. 분명 익숙하다고 생각했고, 주문이야 기계 앞에서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여겼다. 난 아직 젊은데, 생각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레 어딘가에서 막히면 당황하며 허공에서 멈칫하는 손가락. 주춤 주춤 마치 신문물 마냥 더듬거리다 주문이 겨우 되면 안도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뒤처진 듯한 곤고함이 밀려들던 난감함. 분명히 저번에는 매끄럽게 잘 했는데 오늘은 왜 이랬지 싶은 씁쓸함.

직원이나 사장이 아닌 이상 각 매장마다 메뉴를 다 외우고 있을리 만무하고 사용설명서가 따로 준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 다 결정하지 못하고 주춤주춤하고 있으면 갑자기 시간이 다 되었다고 초기 화면으로 전환되는 것도 빨리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연결된다. 기계 앞에서 기계 아닌 인간이 느리다고 다그침을 받는 모양새다. 빠름이나 정확도는 단연 로봇이 빠를텐데 인간에게 빨리 정확하게 주문하라는 건 누구를 위해 준비된 기계인가 싶다.

아마도 나에게 질문을 하신 이 어르신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매일 같이 들고 다니는 기계인 핸드폰이 전화 외에도 다른 기능이 있고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새로운 것 같은 낯설음. 그에 따른 당황스러움. 잘 해내고 싶은 마음. 나이가 들었나 싶은 쓸쓸함. ‘젊은 엄마’하고 불렀을 때 자신은 이제 늙었구나 생각하는 씁쓸함.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최대한 친절하게 어르신과 대화를 나눴다.

‘저도 이럴 때가 있어서 간혹 당황스러워요. 제 기종과 달라서 잘은 모르지만 한번 찾아볼게요. 그래도 어르신 보니까 이게 원인인 듯 한데 잘 찾아내시고 하셨네요.’
최대한 무안하지 않게 배려하는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 해결될 때까지, 여러 질문을 받고 답하고 하면서. 해결하고자 하는 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벗이 되어드린다 생각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나도 언젠가는 이 어르신처럼 나이 들어 갈 거고. 그 즈음에라면 세상의 것들이 어려워지는 순간을 만날 수도 있을거다. 그 때 작은 힘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노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안심이겠다.  머지 않은 미래에 기계처럼 획일화 되지 않고 패스트푸드처럼 빨리 빨리만 주문되지 않고, 인간의 정이 살아 있는 마음이 따뜻하고 타인과 함께 어우러지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이 지금처럼 그대로 이어져 갔으면 하고 바란다.

키오스크로 주문하기, 매장과 브랜드는 관련없음.

당신은 어느 지점에 있나요?

2021. 8. 7. 07:28 | Posted by Musicpin

쭈뼛쭈뼛하다. 시선은 흔들리고 간혹 ‘음…….’한다. 미세한 떨림이 내 주변의 공기에 와 닿는다. 상대방의 언행이 편치 않다. 그걸 보는 나도 ‘괜히 말을 걸었나’싶다. 말을 건넨다는 게 상대방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은 마음의 출발인데 그마저도 상대방을 어렵게 만든다면 이를 어쩌나.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상대와 곧 마흔을 앞둔 내가 과연 대화가 가능하기는 할까. 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쉬는 시간 짬짬이 책상 나란히 앉게 되는데 어색한 공기 내음은 어찌 할까. 돌이켜 보면 내 나이 스물 즈음에도 그랬지 싶어 공감이 되면서도 그 나이 때 바라봤던 어른 냄새 가득한 여성을 보며 느꼈던 무언의 곤란함이 이제는 나에게도 해당되었음을 느끼게 되니 한편으로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아직 한창인 것 같은데 어느새 내 나이 마흔을 앞둔다. 젊은 아가씨의 좌불안석 어찌할 줄 모르는 행동을 통해 내 나이를 실감한다. 마냥 철부지 어린애 같은 내가 이제는 중반으로 향하는 길을 인식해야 하는 나이가 된 거다. 사회에서 혹은 사람들의 인식이 나를 보았을 때의 반응이 피부에 와 닿는다. 말이 많으면 수다스러운 어른이 되고 말이 없으면 권위적인 어른이 된다. 먼저 인사를 건네면 부담스럽고 젊은 상대가 인사하길 기다리면 꼰대가 된다. 세월의 흐름, 나이의 무게, 중년으로 향하는 이 길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에게 묻는다.

 

중년 여성이라면 이래야지 하는 사회가 정해 놓은 분위기 말고 나답게 나이 들어 간다는 건 어떤 것을 말할까 자문한다. 젊음을 붙잡으면 속도 없이 가볍게 보이고 세월의 흔적 가득한 어른 행세를 하면 그 또한 무겁다. 마음이 젊다 하여 내 삶의 중력을 거스르고 살기엔 체력적인 변화와 심적인 무게감도 분명히 있다. 다이어트 목적의 건강이었다면 이제는 아프지 않고 골고루 건강하게 사는 것이 웰빙의 범주가 되었다. ‘내 아이 일이 있어서’라는 핑계 같았던 말을 뼛 속 깊이 이해하고 대화의 대부분이 ‘육아’에 포인트 되어 있는 지점에서도 나이를 실감한다. 자식 이야기, 살아온 세월, 건강, 삶과 지혜, 신앙, 취미 등등.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들이 주제가 되어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수많은 여성이 자신을 돌이켜볼 새도 없이 갑작스레 중년의 삶을 인식한다. 아가씨에서 갑작스레 중년 여성으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세월의 흐름이라면 이 곳과 저곳의 흐르는 다리는 분명 존재할텐데 경험담이 많지 않으니 한계가 있다. 감히 그려보자면 자신의 열정을 밖으로 펼치기 보다 육아에 포커스 되어 견뎌야 했던 것 아닐까. 아이 낳고 키우고 가정에서의 화롯불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느라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한 채 중년을 맞는 건 아닐까. 기록되지 않으면 역사에 없듯이 살았는데 알지 못하는 지점을 묵묵히 견뎌내었던 건 아닐까.

 

K-뷰티, 아름다움, 외모와 마음 가꿈, 스스로 외적인 자신을 밖으로 뻗쳐 나갈 때의 유능감이 그 때만 가능한건가 자문도 한다. 외모적으로 예뻤으면 좋겠고 마음으로 아름다웠으면 바란다. 신체적으로 매력적이었으면 좋겠고 사고와 인식이 지혜로웠으면 하고 바란다. 미성숙했지만 성숙하기 위해 노력한 젊은 시절을 돌이킨다. 여전히 미래를 꿈꾸고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며 배워야 할 것도 넘쳐난다.  새로운 오늘이 주어졌고 그에 따라 어떤 태도로 살아 가느냐는 늘 묻는다. 나이의 무게에 세월의 흐름에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여전히 여기서 오늘을 사는 내가 있다는 것이 답이 된다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