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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 다녀오다

2019. 7. 29. 15:03 | Posted by Musicpin

이비인후과 다녀오다

 

이사 전부터 콜록거리던 기침이 좋아지는 듯 했더니 요즘 들어 부쩍 심해지면서 컹컹댄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는데 한밤 중 기침이 심해져 깬다. 시계를 확인해 보면 새벽 2,3 시 즈음이다. 기침으로 인해 잠이 깨다보면 그 때부터 잠이 쉬이 들지 않는다. 눈은 감고 침대와 밀착되어 있지만 뇌가 깨어 활동하는 느낌이다. 새벽기상을 목표로 지내고 있는데 이렇게 도중에 깨어버리면 하루가 더 피곤해진다. 물론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

  간밤의 기침이 더욱 심해져 오전에 아이들이 등원하자마자 이비인후과를 검색했다. 이사를 온 직후라 근처 병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블로그 검색을 해 봐도 지도나 위치만 나와 있을 뿐. 좋은 지 나쁜 지 친절한 지 아닌지는 정보가 없다. 이럴 때 타지로 이사 온 것은 난감하다. 신뢰도가 없는 새로운 병원을 내 발로 찾아가야 할 때 조금은 망설여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이상하게도 이비인후과들은 불친절했다. 아니, 더러 친절한 병원들도 있겠지만 과거 어느 지역들은 의사가 환자들을 대할 때 인성이 보인다. 한참을 어른인데도 반말을 한다거나 말길을 못 알아듣는다고 짜증을 낸다거나 비난하는 말을 서슴지 않다거나. 안 그래도 아파서 찾는 병원이고 불편함과 원인을 찾아 치료를 받기 위해 찾는 곳인데 그것도 모르냐는 식의 진료를 받는 순간은 정말이지 불쾌감이 치받아 오른다.

  기운도 없고 싸워봤자 아닌가. 공부 좀 하신 분들이고 내가 의학용어를 모르는 것도 사실이니 그냥 참지만 다시는 그 병원들을 찾지는 않았다. 그보다도 더 먼 곳, 30분이 걸리던 1시간이 걸리던 더 좋다는 병원들을 검색해서 다니고는 했다. . 교통이 더 복잡하고 정보가 없던 시절이었더라면 어땠을지 끔직하다. 그런 병원들은 지역에서 한두 군데가 다여서 텃세인지 갑질인지 모르겠지만 그 지역 어르신들은 가까운 시내인 그런 병원을 다닐 수밖에 없다. 오늘처럼 급했던 나 역시도.

  고민했다. 좀 더 큰 도시로 다녀올 것인가. 아니면. 잠깐 눈 딱 감으며 모욕적임을 참고 목적인 약만 지으면 되는 가까운 곳의 병원을 다녀올 것인가. 이럴수가. 아이가 점심 먹고 하원을 하는 적응기간인 것을 감안하면 가까운 곳으로 다녀오는 것이 현명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눈 딱 감고 얼른 끝나길 바라지, .’

  헌데 웬걸. 간호사들도 의사도 친절했다! 유레카!

근처 이비인후과로 검색했더니 역시나. 두 군데 나오는 곳 중, 체인 병원 말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곳으로 일부러 찾아왔더니 선택이 잘못되진 않았다. 의사와 간호사 모두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부드러웠다. 친절하고 매끄러운 서비스 정신은 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부드러운 말, 배려하는 마인드면 충분하다. 의사 선생님도 증상과 검진을 하고서 관련된 약 처방과 호전되지 않고 증상이 유지된다면 다시 보자는 말로 깔끔했다. 모른다고 핀잔을 주거나 말대로 하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지도 않았다. 그래, 이런 정도라면 내 돈을 주고 다닐 의향이 충분히 있다. 어쩌면 당연한 건데 이것만으로도 뭉클했다.

  병원이라 하면 소아과, 내과, 치과, 산부인과 등 아이들과 관련된 질환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사를 다니다보니 내가 직접 아바타가 되어 경험해 보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 안심이 된다. 같은 군인가족인 사람들한테 물으면 어떠냐고??? 정보를 물어보거나 지역에 대한 조언을 구해도 답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뭐랄까, 요점만 빼가는 얍삽한 사람으로 비춰진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상대적인 권력이 조금 작동하는데 먼저 온 사람이 지역에 대한 정보가 조금 더 많다. 그럼 그것이 힘이 된다. 모르면 바보라고 하지 않은가. 처음 와서 모르는 것이 당연한데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약점이 된다. 그것은 맛집이건, 카페이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지역에서 안내하는 모든 것에서 말이다.

  물론 친절한 사람들이 더러는 있다. 그런데 그런 다정한 사람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아니면 이사 갈 때쯤 상대방의 진가를 발견하게 된다거나. 쉽게 친해졌다가 아닌 사람들을 만나면 더 피곤해지기에 쉽사리 마음을 열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일상의 정보들에도 인색한 모양새를 띄게 되는 것 아닐까.

  어찌되었던 기분 나쁘지 않게 병원에 잘 다녀왔다. 삼일 치의 약으로 기침 증세도 쉽사리 완치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이 병원 마음에 들었다. 번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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