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아이는 양 손으로 귀를 막고 ‘아-‘ 를 끊임없이 했다. 인사를 건네도 ‘아-‘, 환영하는 노래를 부르는데도 ‘아-,‘ 악기 연주 해보자 손 내밀어도 못 들은 것처럼 ‘아-‘. 음악치료 시간에는 음악이 필수인데 아이는 음악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타인과의 소통을 아이는 원하지 않았다.
아이의 양육자는 음악과 좀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 뭐라도 관심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음악치료 시간을 신청한다고 했다. 어렸을 적에 경험한 음악치료니까 뭐라도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신 듯 했다.
말씀대로, 아이는 음악 뿐만 아니라 나와의 소통도 쉽지 않았다. 치료실에 들어오는 것부터가 원만하지 않았는데 버튼 누르기가 더 재밌어서다. 엘리베이터 버튼, 자동문을 여는 버튼. 부드럽지만 분명하고 단호하게 제지하고 음악실로 들어가면 아이는 자신의 두 다리로 서서 교실을 빙글빙글 돈다. 그게 더 재밌다는 듯이. 당신과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자신만의 세계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하는 아이.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회적 동물이라 타인과의 소통은 본능적이다. 먼저 다가가거나 아니면 관심을 보인다거나. 나 역시 타인과 이야기하고 눈 마주치고 함께 나누는 소통에서 따뜻함을 느끼기도 한다. 헌데 이 아이는 그마저도 원치 않다 하니 어찌하면 좋을까. 그냥 그대로 두자면 아이는 영영 혼자서 자신의 세계에만 있을 것 같아 일단 음악을 연주하지 않았다. 음악치료사가 음악 없이 한다니 맥락이 맞지 않을수도 있으나 소통이 먼저였다.
아이만이 정한 그 공간으로 초대해 주도록 기다렸다가 잠깐 잠깐 열어 보일 때를 기다렸다. 잠시나마 실내 어딘가에 집중되어 손이 내려올 때면 잽싸게 ‘반가워’ 노래했다. 단어 하나라도 좋으니 잠깐의 틈을 매사 주시하며 기다렸다. 다시 귀를 막으며 내면의 문을 닫을 때면 옆에서 미소로 응시하며 함께 했다. 움직이면 움직이고 멈추면 멈추고 걸어가면 나도 나란히 함께 걷고. 아이가 곧장 알아채지 못해도 건네고 싶은 마음은 하나였다.
‘네가 걷는 그 모든 곳에 내가 함께 할게.’
‘혼자 있고 싶을지 모르지만 네 옆엔 너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 중엔 나도 있을거야, 네가 준비될 때까지 언제든 여기서 기다릴게.’
‘넌 혼자가 아니고, 우린 함께야.’
아이가 아는 지 모르는 지 알 수 없으나 진심은 통하리라 믿는다. 당장에 듣지 않는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의 문을 열거라 믿는다. 언젠가 아이와 함께 박수만 치더라도 감격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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