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 마음가짐
초등학교 입학을 두고 주변에서 이런 저런 말을 듣는다. 그러고 보니 어린이집은 이리저리 발품 팔아 상담을 다녀봤으면서 왜 초등학교는 당연한 듯 학군 중 그냥 가장 큰 학교로 생각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역에 있는 크고 작은 학교는 3,4개. 그 중 학교나 선생님의 분위기, 다니게 될 친구들과 선배들의 학급, 학교 근처 동선에 따른 학원가들이나 상점들의 분위기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이 지역에 살고 있어서 당연한 듯 알고 있으면 좋지만 지역 이름 말고는 아는 것이 없다보니 막연하다. 막연함은 불안감을 낳는다.
작은 학교.
장점. 방과 후 수업들이 모두 다 무료. 일정한 하교시간. 등하교 버스 이용 가능함.
단점. 학교 규모가 작다는 것. 1학년이 20명으로 한 반만 있음.
큰 학교.
장점. 학교가 크다는 것, 도서관이나 수업 관련 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점.
단점. 아이는 12시 40분이면 집에 오는데 엄마가 매일같이 하교를 맞이하러 가야하고 아니면 학원을 돌리거나 방과 후를 선택해야 하는 데 학교가 큰 만큼 시간표를 짜야 된단다. 고학년과 함께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등록자가 많아 수업을 듣지 못할 수도 있다고.
이러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다양한 정보가 흘러와서 좋지만 어지러웠다.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 진 느낌이다. 헌데 가만히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 학교에 잘 적응하면서 다녀야 할 내 아이. 우리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아이가 할 수 있는 선은 어디인지, 엄마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정작 아이 본인의 의견이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이야기들이 오간다고 해도 아이마다 기질과 상황이 다르고 방향과 패턴은 다를진대 주변에서 누가 어디를 보내고, 보내지 않는다는 말에 솔깃해서 흔들리고 싶지 않다.
학교를 다닐 주인공은 바로 우리 아이다. 등하원이 일정해서, 방과 후 과목들이 다 무료여서, 등하교 시 버스 이용이 가능하니 엄마가 편해서 등등. 환경을 구성하는 외부적인 요소들만을 보고 결정하는 것보다는 아이와 상의하면서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가장 먼저일 것 같다. 아이가 준비할 시간을 함께 갖고 나도 초등학교 1학년을 앞둔 것처럼 같이 한다면 아이도 한결 안심이 되고 안정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다.
더불어 둘째 아이는 누나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니 같은 학교 병설 유치원으로 옮길 것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누나가 학교를 간다고 해서 굳이 같은 학교 병설로 옮겨야 할까. 물론 한 곳으로 등하원을 한다면 엄마 입장에서는 한결 편하다.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도 늘어나겠지. 그러나 2,3 년마다 이사를 다니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할 때 한번 정해진 곳에 잘 머무는 것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막 어린이집 적응한 아이에게 아직 옮길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데 누나가 학교를 간다고 무 자르듯 옮기자 할 수는 없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자신이 적응한 어린이집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
물론 나의 시간도 그만큼 없어질 거다. 할 수 있는 것의 범위도 줄어들 거고. 그렇지만 이사를 다니는 가정환경의 특성 상. 아이들이 잘 적응해서 스스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른인 나도 새로운 지역으로의 이사는 다양한 감정을 낳는다. 새롭고 긍정적인 마음만 드는 것이 아니라 외롭고 슬픈 부정적인 감정까지 동반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이 혼자 그 모든 것을 감당하도록 두고만 싶지 않다. 예비 초등생 엄마의 역할이란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지 않을까. 엄마인 이상 내 아이만 보고 갈 거다.
아이가 초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보니 덩달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것만 같다. 아이의 탄생으로 부모도 재탄생한다는 데 아이의 양육과 더불어 나 자신의 재양육을 하는 것 같다. 아이는 성장하는 데 엄마가 제자리걸음만 할 수야 있나. 한 걸음 더 성장하는 그 길이 과거에 머물러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잘 알고 나를 알고 아이를 알아서 지금의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것. 언젠가 훌쩍 자라 아이가 찾아올 때면 인생을 논할 수 있는 멘토가 될 수 있기를. 나이가 들어서 어른이 아니라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기를 꿈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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