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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오면 뭘 하지?

2020. 1. 14. 23:12 | Posted by Musicpin

이사를 다니다 보니 고향이라는 의미가 뿌옇다. 대한민국 어디든 내가 정 붙이고 살면 그곳이 고향이려니... 생각하기도 한다. 그저 부모님이 뿌리내리고 사시는 곳이 나에게는 친정이다.

보고싶었던 친구들, 유년 시절 함께 동고동락했던 선후배들, 나의 추억이 서린 곳곳의 장소들. 예전의 것이라고는 큼직한 틀만 남기고 거의 변했고 사라졌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동선, 자주 걸었던 거리들을
나의 아이들과함께 걷는다. 거리가 변한만큼 내 모습도 변해 있다. 추억 속에 있는 나는 이제 그 때의 내가 거의 없다. 이사를 다니며 여기저기 살다보니 고향이라는 의미도 부질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끔은 그리운 사람들과 그 때 시간들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수다라는 것을 해보고싶긴하다.
삶의 책임감도 역할의 무게감도 잠시 내려놓고
자유하게 훨훨.

추억에 젖지만 선뜻 연락을 하지는 못한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공통된 이야기가 전혀 없지만 안부가 궁금하긴 하다. 아이들은 잘 키우고 있을까, 어떤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까, 예전 모습 그대로이긴할까? 나이가 들어가도 우정은 절대 변치 말자 했던 약속이 허공에 맴돈다. 중년이 되면 등산을 다니며 파전에 막걸리를 마시자고 했던 농담도,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가까이 살면서 정을 나누자 했던 진심도 바람처럼 스쳐간다.

추억을 더듬거리기엔 우리에게 흘러간 시간의 간극이 너무 크다. 내 기억 속 그들도 나도 흐려지게 한 것 같다. 보고싶지만 어색함은 더 싫어 추억 속에서만 거닐어본다. 그것만으로도 그 때의 내가 잠시 스쳐지나가긴한다.

친정에 올 때면 그 시절의 나로 소환되어 추억을 더듬거리며 읽는다. 사라져가는 옛 정취만큼 내 기억도 희미해졌지만 친정에 머무는 순간만큼은 그리움이 파고든다. 그 때의 내가 그리운가 싶다가도 집에 돌아가면 누군가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현재를 산다. 그러니 잠깐, 이렇게 친정에 들를 때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