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이란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창작적인 일을 해내려면 꾸준함이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글을 시작한다. 일주일 중 5일을 꾸준히 했던 것을 주말에 아무것도 안하고 지나가면 다시 찾아온 월요일엔 흐름이 끊기는지 도통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딴 생각에 빠지기 쉽고 무언가 빠진 것이 있는 것 같고 마냥 놀고만 싶어진다. 머리로는 뭐라도 해야 돼 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몸은 영 그럴 생각이 없나보다. 핸드폰을 뒤적였다가 별 필요 없는 뉴스에 크게 놀라는 척 하곤 한다. 이럴 줄 알았음 영화를 한 편 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무심히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 안타까워 무언가 생산적인 것을 해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해내야 하는 하루의 목표가 있는데 모른 척 하고 싶을 때, 약간의 게으름을 동반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월요병이 아닐까.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혼자서 툴레툴레 걸어오는데 노랗게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이 눈에 띄었다. 나의 처음이자 모든 것의 관심사였던 하트. 빨갛게 물들어가는 나무에서도 커다란 하트 모양으로 잎이 자란다.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온통 나에 달렸다.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부여된다. 자연에서 하트 발견이라는 것은 내게 하트가 이슈가 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신랑이 문득 내게 ‘요령’이라고는 없고 진득하기만 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자라는 동안 잊을만하면 꾸준히 듣는 말이다. ‘순진하다, 순박하다, 곰 같다, 요령이 없다. 약지 못하다.’ 맞다. 이제는 인정하게 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순발력을 발휘하곤 했지만 삶의 자세에 있어서 나의 자세엔 요령이 없다. 예전에는 여우같지 못하는 게 어찌나 속이 상하고 부족해 보이는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해 얼굴에 다 드러나곤 하는 내 자신이 못나 보였던 순간들이 많다. 요령이라는 것이 때론 삶의 노하우가 많다는 의미로 들리기도 하고 꾀가 많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윤활유 역할도 하는 듯한데 나에게는 왜 그런 노하우나 요령이 발달하지 못했을까. 적당히 꾀도 부릴 줄 알아야 세상 살아가는 데 유연할텐데.
나에게는 마음이 동해야 행동하는 무언의 공식이 있다. 나의 생각과 의견과 철학에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곧 행동이다. 진심으로 행하는 것은 좋으나 매번 상황이 내 맘 같지 않을 때가 문제다. 마음이 가지 않는 상황에는 핑계 대기에도 최적의 조건을 형성한다. 그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 그 사람이 내 스타일이 아니야, 그건 말도 안 돼. 라는 말로 나를 합리화하고 타당하다는 듯 행동한다.
허나 그 동안 수없이 배웠듯. 모든 것이 다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없다. 계획대로 되는 시간표란 만들기 어렵고 생각대로 살게 되는 삶이란 없으니 말이다. 때론 마음이 가지 않아도 행동은 올곧게 움직여야 할 때가 있다. 동하지 않아도 해내야만 하는 과제 같은 것이 있고 동력이 되는 과정이 형성된다. 그것이 곧 훈련이 아닐까. 진심으로 사는 것만이 정답마냥 하트라는 의미에 고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는 과정 모든 것이 하트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아는 것도 성장과정에서 필요하고.
다시 시작된 월요일. 주말동안 스위치를 켜는 장소를 잠시 비워뒀다는 것이 나에게는 월요병이다. 창의력은 매일 반복되는 그 자리에서 발현된다. 쉽게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꾸준히 하는 것의 힘을 인정하게 된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창의력이 아닌 엉덩이의 힘, 꾸준함의 지속성에서 창의적인 무언가가 나오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신랑 말대로 나는 요령이 없다. 꾀가 없어서 손해를 보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음을 다해 꾸준히 사는 곰처럼 내 모습 이대로 살련다. 새삼스레 요령을 훈련한다고 발전해가는 것도 아니고, 안 하던 것 하면서 스트레스 받느니 생긴 대로 사는 것이 나답다. 꾸준한 마음을 가지고 규칙적 행동을 통해 창의력을 발휘하는 삶. 그 모습이 차라리 나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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