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뭐하고 놀아야 할지 모르겠어

아이들과 함께 분리수거를 했다. 손잡이가 있어 비교적 양 손으로 잡기 쉬운 박스들은 아들더러, 덩치가 크고 무게감이 더 있던 플라스틱 모음 봉지는 딸 몫으로 줬다. 나는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가 가득 차 꽤 무거운 규격봉투를 나눠 들었다. 처음에는 못 들겠다고 손사래를 쳤는데 이거라도 할 수 없으면 나갈 수 없다고 반 협박(?) 했더니 자신의 분량을 나눠 든다. 덕분에 나도 세 번을 오르락내리락 했을 일을 한 번에 할 수 있다.
사실, 분리수거는 정말 핑계다. 이 참에 아이들에게 봄기운을 느끼도록 바람을 쐬어주고 싶었다. 입학을 손꼽아 기다렸던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것이 점점 멀어지자 속상한 마음에 눈물바람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많이 안타까워 밖으로 나갈 방도를 모색한 거다. 어차피 놀이터에는 우리 밖에 없으니 사회적 자가 격리의 의미도 맞지 않나. 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이 안심이 되었으나 아이는 아무도 없는 것이 다소 실망스러웠나보다. 그네를 조금 타고 주변을 둘러보며 걷던 아이가 한동안 가만히 앉아있다 다가와 이야기를 했다.
“엄마, 뭐하고 놀아야 할지 모르겠어.”
“왜?, 오랜만에 나왔더니 그럴까?, 신나지 않아?”
“.......”
“혹시 사람들이 없어서 그래,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이 맺힌다.) 모르겠어.”
“그렇구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못 본 척, 물끄러미 있다가 아이를 다독였다.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집에서 있느라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걸 거야. 이왕이면 바람 쐬는 거 아쉽지 않게 뭐라도 하고 집에 가면 어떨까. 우리도 조금만 놀고 집에 들어가야 하잖아. 가만히 있다가 집에 가면 더 아쉽지 않을까. 일단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하고 움직여 보자, 그럼 놀고 싶은 게 생각 날거야. 밖에 나가면 하고 싶었던 거 없어? 일단 그것부터 해 보는 거야, 어때?”
아이가 첫 번째로 선택한 것은 킥보드. 부리나케 올라타더니 씩씩하게 발을 굴렸다. 생각은 멈추고 이만 행동하는 것. 나의 의견에 동했는지 아이는 놀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만끽했다. 킥보드도 타고 자전거도 타면서 한 바퀴를 돌고 오더니 모래 놀이도 하고 함께 캐치볼도 하자고 제안한다. 나도 친구가 되어줄 수는 없지만 열심히 반응하면서 아이의 놀이를 반겼다. 할 수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것.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잠깐 놀았는데도 아이들은 집에 돌아오니 피곤해했다. 집에만 있었더니 운동량이 현저히 부족해졌으리라.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이 집에만 있는 것이 안쓰럽다. 때론 모른 척 이렇게 분리수거라도 함께 해 봐야지 싶다. 서서히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제 각각의 색들을 드러낸다. 꽃봉오리들을 또 언제 볼까 싶어 아쉬운 마음에 사진으로 남겨본다. 올 봄엔 아무래도 이게 꽃구경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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