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걷는 사람, 쓰는 사람, 하는 사람-*
Musicpin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피아노 레슨

2020. 6. 9. 12:09 | Posted by Musicpin

아이가 피아노를 배운다. 여섯 살 즈음에는 재미로만 뚱땅거리다 여덟 살이 되니 제법 진지하다. 멜로디 연주가 좋은 지 생각 외로 열심히 한다. 아는 멜로디가 나오면 연주하면서 흥얼거리기까지. 새삼 한 뼘 자란 아이를 느낀다.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반복 연습도 하고 밥 먹다 갑자기 피아노 앞에 앉아 배운 것을 연주해 보기도 한다. 노는 것만큼이나 피아노 치는 것이 재미있다니 지금이야말로 적기구나 싶다.

그리고. 아이 덕분에 레슨을 한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까지 레슨을 했으니 팔 년 만인가. 새삼스럽다. 언제나 다시 레슨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이 덕분에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감격스럽다. 더군다나 내 아이와 레슨을 하게 될 줄이야.

코로나19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각과 태도의 변화를 가져오니 말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내 아이에게 레슨은 못 하지 싶었다. 예정대로 학교를 다녔다면 아이는 피아노 학원이나 방문 레슨을 했을 거다. 무분별한 사교육은 지양하지만 삶에 악기 하나쯤은 연주했으면 하기에. 전부터 아이는 바이올린을 원했는데 그러자면 피아노 연주와 악보는 필수였다. 해서 문득 시작했다. 워밍업으로 가볍게 시작해봤는데 꽤나 진지한 아이를 보니 레슨까지 가벼울 수는 없었다.

십 년 가까이 되어서 케케묵은 자료로 남을 줄 알았던 교재와 테크닉 노트를 더듬어 봤다. 요즘 새로운 교재들도 훑어보고. 그러자니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예전에 레슨으로 만난 아이들은 어느새 15세 ~ 20대 청년이 되어 있겠지. 기억을 더듬어보는 것만으로도 젊어진 것만 같다. 그때의 내가 소환되어 선다. 피부도 그때보다 탄력을 잃고 까칠해졌지만 레스너로는 여전하다.

아이 덕분에 하루 하루 성장하는 매일을 산다. 레스너로서 나를 재회하는 시간이 활력을 가져다준다. 가족이기에 최대한 많이 배려하고 기다리는 레슨이 되도록 인내해야 하지만 그것조차도 우리만의 추억이 된다니 뿌듯하다. 색다른 경험이다.

 

'MEcosystem > 도담도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행  (0) 2020.06.19
물놀이  (0) 2020.06.16
잣대  (0) 2020.06.08
놀이밥  (0) 2020.06.07
너의 생일  (0) 202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