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적고 싶어서 노트북을 켰다. 사실 오늘은 온전히 노는 하루로 만들고 싶었는데 뭐하고 놀아야 할 지 모르겠다. 아이들과 습식 수채화를 했다가 책을 읽었다가. 청소를 했다가 다이어리 정리를 했다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노트북을 들었다. 노는 날을 만들어놓고선 왜 놀지를 못 하나 싶다.
돌이켜 보다 문득. 나를 위해 온전히 쉰 날들이 언제였나 싶었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생활 패턴이 바뀌다 보니 나를 위한 순수한 시간이 없다시피 했다. 외출이 자유로웠던 것도 아니고 혼자만의 시간을 내어볼 수도 없다. 남매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내야 하는 엄마의 역할에 충실하고 틀에 짜인 하루에 집중했다. 나사를 조일 대로 조인, 텐션이 높아진, 연속된 긴장의 상태.
몸에서 경고를 보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잦은 두통과 위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통증.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머리로 되뇌어도 몸은 경고를 한다.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하고. 해서 의무감을 살짝 내려놓고 하루를 만끽하고자 한다. 복잡한 시스템 흐름 속에 중심 잡기!! 꽉 조였던 나사를 적당히 풀어주기. 너무 느슨해지면 다시 조이기 힘들어지니까 적당히 풀고 조이기. 일상 조율. 일주일에 하루는 쉬라고 휴일이다. 열심히 살았다면 하루쯤은 쉬는 것이 건강을 위한 길이다.
노는 날이라 해 놓고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애들을 위해서 나들이를 다니지만 나를 위해서 온전히 했던 게 무엇이었나 싶다.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것도 다닐만했지만 새삼스레 노는 방법을 모르겠다. 신나게 놀지 않아도 좋으니 쉼표 잠깐, 심호흡 잠깐이라도 해 봐야겠다. 일상 조율, 이렇게 글로 위로를 만나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