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가 죽었다. 죽음.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향해 간다. 탄생과 죽음. 시작과 끝 지점을 통과하는 과정인 삶. 이반 일리치의 탄생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까지 함께 흘러가보니 빛을 통과하는 죽음이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또 한 사람의 일생과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보면서 과연 나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어떤 것들이 스쳐지나갈까 떠오르기도 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나의 자세는 과연 어떨까. 나 역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오면 이반 일리치처럼 때늦은 후회가 일까, 아니면 아인슈타인처럼 ‘여기에서 내 할 일은 다 마쳤습니다.’라며 만족스런 죽음을 맞이할까.
145p. 똘스또이는 이처럼 외적인 일상의 모습과 인간 심리의 움직임 사이의 거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이반 일리치의 일상의 삶과 죽음에 직면한 고통, 그것을 지켜보는 가족들, 진료하는 의사 등을 묘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독자들은 이런 인간의 일상과 내적 심리 사이의 변증법적인 관계를 읽으면서 인간 삶의 보편적 모습을 인지해나간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죽음에 대한 철학적 의미에 대한 탐색이기에 앞서 인간의 일상적 모습과 내면 사이의 날카로운 대립과 지양의 심리극이다.

남부럽지 않은 지위와 명예, 가족, 부 등. 사회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최상층의 사람들이 드나들던 이반 일리치의 삶. 어떤 것 하나도 부족함 없고 품위있게 살던 이반 일리치의 삶은 영원히 유지될 것만 같다. 허나 원인 모를 병으로 조금씩 죽음에 가까워진다. 가까워질수록 죽음을 대하는 이반 일리치의 자세는 나에게 먹먹함으로 왔다.
이반 일리치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처럼 삶을 채워가는 것이 곧 삶이 아닌가.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생각이 내 삶에도 스며들어 있다. 도대체 삶의 의미란 무엇이란 말인가. 인생이란 과연 어떠한 것인가. 나는 왜 여기에 왔고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보통의 사람들처럼 공부하고 일을 했으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 이보다 더 내가 알아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말인가. 남들처럼 사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며 뒤늦지는 않았는지 조바심 나 하며 뒤떨어지지 않게 품위를 유지하는 삶. 생각할수록 나 역시 이반 일리치의 삶 그것과 별반 다른 것이 없다.
외적인 삶과 내면의 삶 사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에 쉬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삶이 무엇이란 질문과 삶을 어떻게 유지하고 구성할 것인가 라는 두 가지 질문의 차이는 무엇인가. 101p.에서 울음을 멈추고 숨도 멈춘 채 영혼의 목소리,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생각의 흐름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는 대목에 나 역시 숨이 막혔다. 이반 일리치가 처음으로 자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 아닐까.
이반 일리치와 그 자신을 둘러싼 외적 요소를 담당하는 모든 것들과, 삶이란 가볍고 즐겁고 품위있게 흘러가야 한다는 소신대로 그의 삶은 대체로 그렇게 적당하게 흘러간다. 그와는 달리 죽음에 직면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췄을 때 영혼의 목소리는 이렇게 묻는다. 101p. ‘사는 거라고? 어떻게 하는 거 말이냐?’
p.104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그는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자신이 제대로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찾아들었지만 그는 즉시 자신의 삶은 올바르고 정당했다고 항변하며 그 이상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털어내 버렸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노력하는 삶. 있는 그대로의 것을 받아들이는 삶. 그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생각했다. 이반 일리치처럼. 사회적인 지위도 조금은 더 높은 곳으로의 계단이 되길 바라고 그에 따른 부도 따라오길 바라며 남부럽지 않은 가족들의 품위와 고상함, 발 맞춰줄 인맥까지. 그것이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사람 사는 세상에서라면 누군들 남보란 듯이 부족함 없는 삶을 꿈꾸지 않을까. 솔직히 나는 부족함 없는 삶을 꿈꾼다. 우리 가족이 잘 지낼 수 있는 안정과 삶의 질을 그려보게 된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보다 나은 삶을 꿈꾸게 되지 않을까.
26p. 마지막을 예견하라.
나의 마지막인 죽음은 내 삶을 어떠한 자세로 살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조화롭게 살 것인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지 않을까. 죽음이라는 것은 결국 우리가 어떠한 삶을 살아야할 것인가를 대면하게 하는 것과 같다. 삶과 죽음을 하나의 통로라고 생각하며 내 삶에 대한 자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화해 보는 것. 제대로 산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것일까.
첫 번째는 나를 사랑하고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며 세상을 사랑하자는 마음이 떠오른다. 사랑은 만병통치약이다. 두 번째는 타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내일 죽어도 오늘 나무 한 그루 더 심는 것. 내가 있던 자리는 작은 점하나, 흩어지는 먼지 알갱이에 다름없겠지만 더없이 가치 있는 삶을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삶.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무엇이 더 필요할까. 자꾸만 나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어떻게 사는 삶을 원하느냐?
어떻게 사는 것을 원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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