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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캔디

2020. 8. 19. 08:31 | Posted by Musicpin

자연에서 오늘도, 조화롭다

 

“자기야, 애들 놀리게 텐트 좀 쳐 볼까.”

“텐트를 이 더위에 뭐하러 해, 그냥 벤치에 앉아 있자.”

“이럴 때 애들하고 텐트치고 노는 거지 언제 놀아, 오랜만에 쳐보자.”

 

제안은 했어도 내심 텐트는 오버인가 했다. 날씨도 더운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일이라서. 텐트 아니어도 그늘 찾아 앉아서 놀면 되지 싶고. 쉬는 날 굳이 힘 써야 함에 귀찮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차에 안 실으려나 보다 했는데 웬걸. 트렁크에 탁 내려 놓는다.

 

“안 하고 싶다면서, 왜 가져왔어?,”

“네가 하고 싶다며.”

 

안 챙기면 잔소리 폭탄 맞을 것 같아 챙겼다는데 내심 고마웠다. 투덜투덜하는 것 같아도 내 말이라면 찰떡같이 들어주는 이 남자. 무심한 듯 신경 써주는 마음에 감동이다. 어린 아이처럼 조른 것 같아 미안해진 마음도 들고.

 

그러고 보면 이 사람과 결혼하면서 잡다구리한 집안일은 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화장실 청소, 방 걸레질, 건전지나 형광등 교체하는 것, 자동차 세차나 쓰레기 분리수거, 음식물 버리는 것까지. 저녁 식사 후 설거지나 주말은 아빠가 요리사인 날도, 몸 컨디션이 저조하면 따로 쉬도록 애들 데리고 나들이를 간다. 어련히 알아서 해 주니 한결 집안일 하기가 수월했다. 전공 스터디가 있는 날이면 아무 말 없이 애들 봐주겠다며 응원해주는 사람도 남편이다. 하고 싶은 공부, 챙겨야 하는 일은 자신의 일처럼 미리 알아서 해 주는 사람. 남편이다.

 

그렇다고 정말 아무 말도 없는 건 아니다. 어쩜 결혼하면서 한 번을 하지 않느냐고 궁시렁대길래 한 번은 맘 잡고 실력 발휘를 해 보고자 화장실에 락스를 뿌리고 닦아대기 시작했다. 근데 갑자기 얼른 나오라며 시키지도 않은 걸 왜 하느냐 한 소리 한다. 독한 락스 냄새 몸에도 좋지 않은데 굳이 마셔가면서 하느냐고. 본인 노하우로 알아서 하겠다며 고무장갑을 빼고 나오란다. 당시엔 머쓱하니 ‘뭐야, 말을 하지 말던가’ 했지만 한편으론 고마웠다. 마음 써주는 게 배려하고 대접해주는 것 같아서. 이쯤 되면 사랑 받는 여자다.

 

결혼에서의 성공이란

단순히 올바른 상대를 찾음으로써 오는 게 아니라

올바른 상대가 됨으로써 온다.

브리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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