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과 사랑을 받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지금 이대로 충분해.

돌이켜보면 나는 엄마가 되는 것이 좋았다. 육체 노동이라도 이제 막 조리원에서 퇴소한 갓난쟁이 아이를 목욕시키는 솜씨는 탁월했다. 아이 목욕시키는 게 쉬운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미끄러지지 않고 한 손에 아이를 아프지 않게 단단히 잡고 후닥닥 스피드 높여 해치우는 데는 보통 집중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 욕조 두 개를 준비해 하나는 꼼꼼히 하나는 헹굼물로 사용하며 적정한 물 온도에 맞춰 빠른 시간 내에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민첩하게 수행해야 한다. 높은 집중을 요하는 갓난쟁이 목욕을 어찌할 바를 모르던 신랑 앞에서 보란 듯이 휘리릭 해치운 것은 지금도 자랑스럽다.
육아에 있어서도 다른 사람들은 쉬이 못하는 인고의 시간을 허벅지 찔러대며 고수하고 있다는 것에 남다른 자부심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어차피 어려울 육아 쉽게 하고자 꾀부리지 않고 진흙바닥을 뒹굴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온전히 하자고 마음먹은 것도 엄마로서의 나는 탁월해 보이고 유능해 보인다. 맨얼굴로 등 하원을 시키고 예전의 몸매가 아니지만 엄마로서의 나는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로 살아가는 시간이 타인에게 내로라하며 드러낼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그저 엄마로 선택한 모든 것들은 전적으로 나의 만족이다. 놀이터에 있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내어주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치켜세우는 것도, 화내지 않고 인내의 수위를 잘 참아낸 것도 따뜻한 엄마의 조건인양 수행처럼 여기며 뿌듯해한다.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간혹 보일 때면 그렇게 만족스럽고 내 자신이 뿌듯할 수가 없다.
결과의 증거가 눈에 자주 볼 수 없어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양팔 가득 품에 안기는 남매 틈바구니에서 ‘엄마 사랑해요’를 남발하며 뽀뽀를 해대는 아이들의 사랑샤워에 흠뻑 젖다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감동이 인다. 가만가만 읊조리는 그림책 글 밥이 아이들과의 공간을 촘촘히 채워주는 포근함이 되어 우리를 더욱 돈독하게 한다. 엄마로서 더없이 좋은 순간이다. 그리고선 가만히 나에게 속삭인다. ‘그래,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부족한 나이지만 최고로 사랑해주는 남매가 있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 엄마인가.’
엄마 역할에 더해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도 커다란 위안이 된다. 차분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아가며 안정제처럼 매일같이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마음의 평화. 상황에 따라 주어지지 않기도 하지만 돌아올 곳이 있다는 위안과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글 쓰는 순간이라는 것을 만날 때. 감사가 인다. (2018년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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