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외환 위기 당시 상황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영화라고 하기엔 너무나 사실 그대로 담고 있어서 한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나라의 위급상황을 앞두고 대처하는 방법이 이렇게도 다를까. 누군가에게는 개인의 이기심과 권력과 탐욕으로, 누군가에게는 사람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지켜야 하는 간절함으로 그려냈다.
국민이 알지 못하게 끝까지 쉬쉬해대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이 짜이게끔 유도하고 국민의 어려운 상황을 고민하지 않은 채 일말의 고민도 없이 국제통화기금(IMF)의 돈을 빌리자는 차관(조우진),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으로 닥칠 위기를 예상하고 대안을 제시하지만 더 높은 권력에 의해 짓밟히는 한시현(김혜수), 남들은 어음이다 보증이다 해서 아파트를 내놓고 궁지에 몰려 허우적대는 사이, 홀로 깨어있어 IMF로 인해 부자가 된 윤정학(유아인), 괜찮다고, 우리 나라가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떠드는 뉴스만 보고 믿는 아무것도 모르는 갑수(허준호)
외환위기. 말 그대로 돈으로 인해 겪는 나라 부도 사태. 모두에게 닥칠 위기의 상황을 이용하려는 자와,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자, 아무것도 모르는 자, 빠른 눈치로 자신만은 살아 남은 자로 그려진 모습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려보게 된다.
돈이라는 것 역시, 개인적으로 쓰느냐, 다수를 위해 쓰이느냐의 목적에 따라 의미는 확연히 달라짐에 주목해야 한다. 돈이 없으면 개인으로서 존엄성도 존중 받지 못하지만 돈이 없으면 결국 나라도 힘을 행사하지 못한다. 개인의 가난은 나라의 가난과도 연결된다. 영화에서 보여지듯, 나라가 부도 위기를 겪고 있을 때 권력 있는 미국의 차관이 계약 조건을 좌지우지 뒤흔들지 않던가. 한 마디 말도 못하던 우리 나라의 정권은 과연 누구를 위해 일을 하고 있었던 걸까.
국가가 있는 건 국민의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이루는 집단이고 한 사람의 가치와 존엄성이 곧 나라의 가치와 존엄성이 되는 그런 바람직한 현상을 기대해 볼 수는 없나? 개인의 이익으로 나라를 이 지경에 빠뜨렸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살리고자 개인들이 금 모으기 운동으로 회생시켰다는 건 우리나라 국민의 근성이 뛰어나다고 해야 하는 건지, 나라를 살리고자 하는 애국심이 뛰어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정작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들은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데 우리 국민은 개인만 살아남기 위해 급급하지 않고 한 마음으로 나라 살리고자 금을 모았다. 씁쓸하고 안타까운 현상이 못내 아쉽지만 그런 국민의 한 마음 된 노력이 있었기에 빠른 시기 내에 더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자부심도 갖는다. 다만 같은 일을 반복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남들 다 위기로 자살이다 부도다 힘들 때 혼자서 부자가 된 윤정학(유아인)이 밤거리를 걸으며 웃다 우는 감정은 뭐라 표현할까.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서 윤정학(유아인)은 어떤 생각이 들고 감정에 교차했을까. 아무리 벼락처럼 부자가 되었다고 해도 나라가 부도 상태인 건 바라지 않았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김혜수님의 한시현 역은 굉장히 깨어있는 여성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치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도 깨닫는다. 모르고 당했던 당시의 국민처럼 되지 않으려면 소수 개개인 모두가 깨어 있어야 한다. 결국엔 ‘깨어 있어야’ 한다. 또한 면접을 보러 가는 아들에게 갑수(허준호)가 전한 ‘아무도 믿지 마, 누구도 믿지 마, 오직 너는 너만 믿어.’ 말이 주는 의미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스스로 깨어있어야 하고 누구도 믿지 않아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듯이 눈앞의 것만 대처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공부도 필수다.
신문 스크랩하다가 발견한 글. (매일 신문 中. 허연의 책과 지성 중.)
에밀 졸라(1840~1902), 대형은행 도산 목격 후 ‘돈’이라는 소설에서 그는 말한다.
“돈을 공격하지도 옹호하지도 말 것. 돈의 세기라고 불리는 우리의 세기와 명예의 세기라고 불리는 옛 세기를 대립시키지 말 것. 많은 사람에게 돈이 품격 있는 삶을 보장함을 보여줄 것. 돈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한다. 돈은 위생이요, 청결이요, 건강이요, 심지어 지성이다.”
졸라는 위니옹 제네랄 의 파산을 보며 문제의 원인은
‘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있음을 절감했던 것이다
“돈은 죄가 없어. 문제는 ‘돈’이 아니라 ‘인간’이야”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돈을 쓰는 건 나지만 나의 그릇이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값어치는 천차만별이다. 나의 그릇에 따라 담기는 돈의 분위기는 달라질거다. 그럼으로 나는 큰 돈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더라도 어떻게 쓸지 고민하고 공부하는, 깨어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선한 영향력으로 선순환이 되는 돈의 지점에 내가 서 있기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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