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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느 지점에 있나요?

2021. 8. 7. 07:28 | Posted by Musicpin

쭈뼛쭈뼛하다. 시선은 흔들리고 간혹 ‘음…….’한다. 미세한 떨림이 내 주변의 공기에 와 닿는다. 상대방의 언행이 편치 않다. 그걸 보는 나도 ‘괜히 말을 걸었나’싶다. 말을 건넨다는 게 상대방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은 마음의 출발인데 그마저도 상대방을 어렵게 만든다면 이를 어쩌나.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상대와 곧 마흔을 앞둔 내가 과연 대화가 가능하기는 할까. 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쉬는 시간 짬짬이 책상 나란히 앉게 되는데 어색한 공기 내음은 어찌 할까. 돌이켜 보면 내 나이 스물 즈음에도 그랬지 싶어 공감이 되면서도 그 나이 때 바라봤던 어른 냄새 가득한 여성을 보며 느꼈던 무언의 곤란함이 이제는 나에게도 해당되었음을 느끼게 되니 한편으로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아직 한창인 것 같은데 어느새 내 나이 마흔을 앞둔다. 젊은 아가씨의 좌불안석 어찌할 줄 모르는 행동을 통해 내 나이를 실감한다. 마냥 철부지 어린애 같은 내가 이제는 중반으로 향하는 길을 인식해야 하는 나이가 된 거다. 사회에서 혹은 사람들의 인식이 나를 보았을 때의 반응이 피부에 와 닿는다. 말이 많으면 수다스러운 어른이 되고 말이 없으면 권위적인 어른이 된다. 먼저 인사를 건네면 부담스럽고 젊은 상대가 인사하길 기다리면 꼰대가 된다. 세월의 흐름, 나이의 무게, 중년으로 향하는 이 길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에게 묻는다.

 

중년 여성이라면 이래야지 하는 사회가 정해 놓은 분위기 말고 나답게 나이 들어 간다는 건 어떤 것을 말할까 자문한다. 젊음을 붙잡으면 속도 없이 가볍게 보이고 세월의 흔적 가득한 어른 행세를 하면 그 또한 무겁다. 마음이 젊다 하여 내 삶의 중력을 거스르고 살기엔 체력적인 변화와 심적인 무게감도 분명히 있다. 다이어트 목적의 건강이었다면 이제는 아프지 않고 골고루 건강하게 사는 것이 웰빙의 범주가 되었다. ‘내 아이 일이 있어서’라는 핑계 같았던 말을 뼛 속 깊이 이해하고 대화의 대부분이 ‘육아’에 포인트 되어 있는 지점에서도 나이를 실감한다. 자식 이야기, 살아온 세월, 건강, 삶과 지혜, 신앙, 취미 등등.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들이 주제가 되어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수많은 여성이 자신을 돌이켜볼 새도 없이 갑작스레 중년의 삶을 인식한다. 아가씨에서 갑작스레 중년 여성으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세월의 흐름이라면 이 곳과 저곳의 흐르는 다리는 분명 존재할텐데 경험담이 많지 않으니 한계가 있다. 감히 그려보자면 자신의 열정을 밖으로 펼치기 보다 육아에 포커스 되어 견뎌야 했던 것 아닐까. 아이 낳고 키우고 가정에서의 화롯불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느라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한 채 중년을 맞는 건 아닐까. 기록되지 않으면 역사에 없듯이 살았는데 알지 못하는 지점을 묵묵히 견뎌내었던 건 아닐까.

 

K-뷰티, 아름다움, 외모와 마음 가꿈, 스스로 외적인 자신을 밖으로 뻗쳐 나갈 때의 유능감이 그 때만 가능한건가 자문도 한다. 외모적으로 예뻤으면 좋겠고 마음으로 아름다웠으면 바란다. 신체적으로 매력적이었으면 좋겠고 사고와 인식이 지혜로웠으면 하고 바란다. 미성숙했지만 성숙하기 위해 노력한 젊은 시절을 돌이킨다. 여전히 미래를 꿈꾸고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며 배워야 할 것도 넘쳐난다.  새로운 오늘이 주어졌고 그에 따라 어떤 태도로 살아 가느냐는 늘 묻는다. 나이의 무게에 세월의 흐름에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여전히 여기서 오늘을 사는 내가 있다는 것이 답이 된다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