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사회적 격리가 장기간 의무화 되는 시점. 지역 간 이동은 못하더라도 가정의 달, 어버이 날은 챙겨야 하지 않을까. 남편과 상의하다 계좌이체와 여름 옷을 준비했다. 택배를 보내려는 찰나 남편이 주소를 물었다.
“어머님 아버님 집 주소가 어떻게 되지?”
“어머나, 음…….. 104동인가, 102동인가….. 701호…는 확실한데 동 수가 헷갈리네. 뭐지?, 엄마한테 직접 물어보기도 죄송하고……. 진짜……. 뭐였지……?
서프라이즈 선물이니 부모님께 연락은 못 드리고 남동생한테 톡을 했다.
“친정 집 주소가……. 00아파트 101동 701호인가, 102동 701호인가???”
헷갈렸을 뿐, 잊어버린 게 아니라는 듯 나름 넘겨짚으며 자신 있게 물었다.
대략 한 시간 뒤 남동생의 답변.
“204동 704호.
집 방문이 너무 뜸하셨군요.
벌로 이번 달 방문 ㄲ.”
아……. 허걱. 동 호수가 다 틀렸구나. 이럴 수가. 이렇게 기억이 안 날 수가 있지…….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언제 집에 좀 다녀와야겠는데. 벌치곤 좋다~”
어쩜 이렇게 까맣게 잊었는지 내심 마음 졸였다. 부모님께 신경을 덜 쓴 것 같기도 하고 더 찾아 뵙지 못하는 게 죄송하기도 하고. 내 나이(고작 만37세) 기억력이 집 주소 깜박할 정도로 흐려지는 건가.
찝찝하게 한참을 있다가 문득, ‘이사오기 전 집 주소는 뭐였지?’
불과 10개월 전 집 주소가 가물가물하다.
‘101동이었나, 102동이었나. 8층은 확실한데 804호였나……. 그래, 101동 804호였던 것 같아. 그럼 그 전은? 그 전전은?’ 찾아 가다 보니 숫자란 숫자가 죄다 섞어지기 시작한다. 신혼을 시작했던 처음 주소는 3층이었다는 것 외엔 기억나지 않고 다음 주소지는 한참을 눈을 굴리다 말았다. 아예 기억나지 않는다. 7충인지, 8층인지 아무튼. 다음 주소지는 2층이었고 인라인 스케이트장이 베란다 밖에 있었다는 것 정도. 또 다음에는…….
이사를 전후해서는 새로운 주소 외우기가 매번 숙제다. 이사할 때마다 아파트 동 호수 외에 주소지까지 새롭다. 동사무소에 신고할 적에도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이사 전 주소와 현주소가 섞인다. 지금 사는 곳 또한 구 주소(00동)와 신 주소(00로)는 다른 단어다. 주소마다 주어지는 우편번호까지. 따로 메모해 놓지 않으면 뒤죽박죽 뒤범벅이다.
그간 이사한 주소지만해도 네다섯 군데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사 다닐 지 모르는데 굳이 다 기억해야 하나. 현재 집 주소만 잘 외우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친정집도 마찬가지. 잘만 찾아갈 수 있으면 됐다. 청소년기를 지낸 친정 집 주소를 잊는 건 너무했다 싶지만 이사를 다니니 그럴 수 있지 위안도 한다. 조만간 친정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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