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란 게 그렇다. 흘러가겠지 싶어 가만 두면 태풍처럼 세력이 커지고 덮어두려 할수록 묵직한 돌덩이로 하루를 압박한다. 느낌이 온통 이 녀석에게 묶여있어 일상이 매끄럽지 못하다. 쉬 사그라들지 않고 이 녀석에게 몇 날 몇 일을 꼼짝없이 붙잡히는 날이면 과감해져야 한다. 계속 붙잡혀 있을 건지, 맞장을 뜰 건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달래도 보고 얼래도 보고 다독거려도 보고 못 본 척 무시하기도 했다. 그랬더니만 요 녀석 이젠 떡 하니 똬리를 틀고 앉았다. 아무래도 1:1로 맞붙지 않으면 영원히 살 기세다. 내 언제까지 네게 끌려 다닐 수 없으니 우리 한 번 붙어보자. 기세 등등하게 요 녀석을 잡아보고자 손에 침을 퉤 뱉고는 커다란 한 마리가 된 이 녀석을 잡기 위해 낚싯대를 드리웠다.
휘휘 물살을 가르며 유유히 헤엄치는 무언가. 요 며칠 내 안에서 떡 하니 자라기 시작하더니 오호라, 이 녀석 봐라. 제가 주인인 양 의기 양양 하다. 요 녀석을 어찌 해야 할까. 정체를 몰라 주춤주춤했더니만 글쎄, 요 녀석이 주인이 되어 내 안을 휘휘 저었구나.
처음엔 작고 작아 무시하고 끄집어 내지 않으니 세력을 키웠겠다. 어디 한 번 보자. 낱낱이 파헤쳐 주겠다. 한 마리 잡고 보니 글쎄, 한 녀석이 아니다. 쓸쓸하고 외로운 녀석. 귀찮고 성가신 느낌, 긴장되고 떨리는 감정까지. 한통속으로 몰려다녔다니……. 세상에. 이제 마지막. 가장 부피가 크고 묵직한 한 녀석이 남았다. 힘이 좋은 만큼 쉬 잡히지 않는다. 네가 이기는지 내가 이기는지 해 보자, 이 녀석. 으랏차차차차차!!!!!!
아니, 잡고 보니 글쎄. 『겁나고 무섭고 불안한 녀석』이다. ‘너 여기서 뭐 하니?’ 묻자 애가 쪼그라든다. ‘왜 흘러가지 않고 여기서 사니?’ 묻자 이 녀석. ‘모호함을 먹고 자랐어요.’ 한다. 불확실한 미래, 불안정한 공기, 막연함과 끝없는 두려움까지. 모든 감정과 느낌들이 모이고 모여 한데 어울리다 보니 세력이 커진 거다.
막연한 상태, 확실하지 않은 모호한 상태는 두려움을 낳는다. 불안이 발생되어 두려움으로 연결되기까지 무작정 견디기만 하는 건 나를 위해 좋지 않다. 다른 감정이나 느낌은 자연스레 흘러가기 마련인데 이번처럼 유독 나에게 쥐약인 감정은 꽤나 오래 고여 있다. 의식 밖으로 끌려 나온 감정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보니 부피가 확 줄었다. 이 녀석! 일일이 포를 떠서 회로 냠냠 씹어먹어 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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