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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과 질투를 성장의 연료로

2020. 9. 7. 13:11 | Posted by Musicpin

대학원 재학 시절. 동기 중 한 아이를 질투하던 때가 있었다. 왜 그토록 질투를 했을까. 의사 남편을 둬서? 일을 잘해서? 인기 많아서? 마음 착하고 인정이 넘쳐서? 아니, 그것보다 그 사람이 가진 삶의 에너지가 부러웠다. 바지런하고 아이디어도 많아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가는 에너지. 마음씀씀이가 너그럽고 따뜻해 주변을 포근하게 해 주는 여유. 그만의 매력 넘치는 삶의 에너지와 여유가 부러웠다. 반면 그 당시의 나는 타지에서 혼자 자취를 해 기댈 곳이 간절했다. 애정과 관심으로 응원해주는 벗들도 그리웠고. 마음 둘 곳 없다 보니 예민해지고 어리광이 늘고 짜증도 부쩍 냈다. 여유 없이 가난해진 마음은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삶을 가꿔가는 사람이 부러웠던 거다

 

부러움Envy 이란, 철학ㆍ심리학 용어로, 욕망의 대상을 본인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상대방이 가지고 있을 때 느껴지는 괴로운 감정을 말한다. 선망envy 은 일반적으로 자신에게는 없는 뛰어난 특질이나 업적, 재산 등을 다른 사람이 가질 때 일어나는, 그들에게의 갈망, 혹은 대상이 그것들을 잃게 되기를 바라는 감정이다. 질투Jealousy란 일반적으로 잃게 될 것, 또는 개인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특히 인간 관계의 영역)을 잃게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부터 오는 우려나 두려움, 불안이라는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에 관련된 말이다. 질투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 아닌 타인에게 애정을 준다고 화가 나고 잔소리를 할 때 생긴다. 선망은 타인이 자신에게는 없는 것을 가질 때 자기긍정감 저하와 같은 감정적 고통으로 나타나는 경우이다. (네이버 사전 中.)

 

지금 돌이켜보면 상대방에게 미안하고 나에게는 부끄러움이다. 현재 갖지 못한 것, 나에게 없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도해 봤으면 좋았을걸. 타인이 이미 갖고 있다고 부러워만 하기보다 갖고 있기까지 노력한 행동에 초점을 맞춰보면 어땠을까 싶다. 나에게 빗대어 바라는 바를 얻도록 스스로 노력해 보는 거다. 당시 내가 바라던 바가 안정감이었다면 스스로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해 봤다면, 거창하지 않아도 지금 여기에서 취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보면서 내 안에 따뜻함이 일도록 다독거려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괜히 꼬투리를 잡거나 내 안의 불편한 감정을 슬그머니 쏟아내거나 미운 말로 자극을 주거나 하는 엄한 행동으로 상처주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을. 부러움과 질투. 부러움을 좋은 재료로 쓰면 나의 성장을 가져오지만 질투를 연료로 할 때는 결과가 썩 좋지 않다. 아마도 질투의 대상이 되던 그 아이는 내 생각만 해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겠지. 아, 미안해라. 그 땐 어쩔 수 없었다지만 지금 와 보니 좀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잘 해 줄 걸, 자책감이 인다.

 

가정을 이루고 자상한 남편에 아플 일 없이 잘 살다 보니 그 때의 내가 안정감을 필요로 했구나 이해가 된다. 혼자서 공부에 일에 헤쳐나가야 할 일들 연속이었으니까. 동기에게 느꼈던 안정감이 이제 내게도 채워져 있다 보니 그 시절 내가 나에게 못해 준 따스함이 못내 안쓰러워진다. 지금이라도 안아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싶고. 더불어 질투로 괴로웠을 동기에게 이제라도 용기 있게 전하고 싶다. 미안했노라고. 어리숙 했던 나를 용서해 달라고. 이제는 부러움이나 질투가 아니라 가족의 안녕(familial wellness)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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