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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저래도 고민

2019. 10. 16. 11:22 | Posted by Musicpin

오전 813분쯤, 아이들이 등원 버스에 올랐다. 그 동안은 매일같이 오전 930분에 자차로 이동했다가 오늘은 소풍이라 한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 서둘렀다. 멀어져가는 버스에 손을 흔들고 나니 덩그러니 서 있는 내가 허전하다. 알 수 없는 감정이다. 서둘러 집에 돌아와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면서 하루 계획을 그려봤다. 평소라면 시작 시간이 10시 즈음,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자마자 곧장 책을 읽고 다이어리를 적었겠지만 오늘따라 시간이 남아도는 듯하다. 세탁기도 돌리고 침구를 정리하고 아이들이 남기고 간 아침으로 대충 먹고 하는데도 시간을 보니 850분여다. 9시에 시작하면 오전에 이미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을 터였다.

 어린이집 버스를 타는 것이 불안한 것이 아니다. 시대가 좋아서 아이들이 타고 내리는 것까지 어플로 확인이 가능하고 키즈노트에서 아이들이 활동하는 것까지 핸드폰으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사 와서 가장 먼저 신경 썼던 부분이 아이들의 학업문제 관련이었다. 어린이집부터 유치원까지 네댓 군데를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원장님들을 만났다. 그 중 가장 아이들을 위한 교육관과 철학이 분명하시고 아이들을 위해 직접 생활하는 담임선생님들의 대우까지 신경 써 주시는 훌륭한 지금의 어린이집을 만났다. 주변이 온통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도 좋았고 인성 중심, 성품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는 것도 좋았다. 간호사 선생님이 상주하고 있는 것도 안심이 되었고 진심으로 아이를 품어주시는 선생님들도 하나같이 좋았다. 규모가 커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첫째 아이, 아직은 어린이집의 보육이 필요한 둘째 아이, 둘의 입장에서도 지금의 어린이집은 골고루 두루 배우고 놀릴 수 있는 교육의 장이었다.

  다만 부모의 불안이 문제인건가. 자꾸 과거의 습관이 튀어나와서 현재와 어우러지지 못하는 것에 원인이 있지 않나 싶다. 전의 어린이집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서 1분도 걸리지 않는 등원 길이었고 상시로 잘 노는 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아이들이 아파트 단지 주변으로 산책이라도 나오거나 놀이터에서 놀면 오다가다 아이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교육 역시 발도로프라서 자연물을 가지고 놀고 숲 체험을 주로 하며 아이들이 직접 바느질도 하고 잼도 담그는 활동들을 했다. 소규모의 어린이집이라 아이 한 명 한 명 부모의 마음으로 챙겨주고 안아주는 선생님들이 감사했다. 아이들이 여전히 선생님들을 떠올리는 것을 보며 마음으로 키워주셨기에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몸은 이사 와서 3달여가 다 되어 가는데 과거의 익숙함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헤매고 있는 건가. 930~10시 사이에 등원하면 되었을 것을 지금은810분에는 버스를 타야 한다. 그만큼 자고 있는 아이들을 흔들어 깨워야 하고 느긋할 아침을 부랴부랴 시간에 맞춰야 한다. 코앞이라 걸어서 가던 등원을 길게는 20분여 걸리는 버스를 타고 간다. 거리가 있는 만큼 하원은 집 앞에서 425분쯤 만난다. 과거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보다 2~3시간 이상 아이들과 떨어져 하루를 보낸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될 때까지는 아이들 위주의 하루를 만들어주고 싶다. 버스를 타고 다른 친구들 태워 갈 때까지 거리에 시간을 뿌리느니 조금이라도 더 데리고 있으면서 느긋한 아침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이들의 오전 시간에 엄마와 함께 하는 여유를 만들어줄 수 있고 내가 매일같이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자차로 이동하면서 에너지 소진이 덜 할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아이에게 미리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은 현재 가족과 함께 놀고 그림책을 보다가 1030분에 잠이 들고 오전에는 830분쯤에 일어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현재 어린이집 규칙에 따라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만의 시간이 많아진 것 같아서 내심 흐뭇하기도 했다. 계획하던 것들을 일찍 시작하면 오후에는 간단히 영화를 한편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평소에는 오전 10시에 시작하던 내 일을 이번엔 9시에 시작한다. 한 시간 차이밖에 없는 것 같은데 유독 오전 시간이 배로 늘어난 것만 같다. 한결 여유롭다. 아침에 서두른다면 나만의 시간을 좀 더 늘릴 수 있는 매일이 된다.

  나만을 생각하자면 오전 일찍 서두르고 오후 늦게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좋고 아이들을 생각하자면 조금이라도 더 데리고 있자고 마음이 간다. 어느 정도 크면 알아서 스스로들 할 텐데 굳이 일찍부터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주부로 있기로 마음먹었던 이상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자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하지 않을까. 이것도 채워주고 싶고 저것도 해나가고 싶은 욕심 많은 사람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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