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반에서 00하고 00가 수학을 제일 잘해.”
“나는 잘 못해, 문제 풀고 앞에 나가 검사 받을 때도 늦게 나가는 편이야.”
“수학을 잘 하고 싶니?, 학원을 다녀볼까? 아니면 매일 수학공부를 꾸준히 해 볼까,”
초등학교 2학년, 지금은 여름방학.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하고 세 자리 수의 덧뺄셈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 연습이 되고 익숙해져야 풀 수 있는 기본적인 셈을 아이는 매끄럽게 해내고 싶은 거였다. 속으로는 내심 씨익 웃었다. 드디어 공부를 잘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잘 하고 싶을 때가 오면 그 때 공부의 적기이리라 생각을 했었다. 엄마가 심어주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학원을 다니게 하는 것도 아닌, 스스로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해보자고 마음먹는 힘. 그 마음이 일 때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어느새 스스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 온 거다.
학원이 빠른 길이 되어 지름길로 안내해줄 수 있다. 문제를 풀고 답을 맞추고 시행착오 없이 술술 풀리게 연습도 할거다. 물론 알지만 나는 더 먼 것을 봤다. 스스로가 문제를 인식하고 알아차리고 풀어내려고 노력하는 끈기, 끙끙대고 혼자 풀어냈을 때의 성취감과 만족감, 내가 해냈다는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긍심. 그건 학원에서도 세세하게 심어주기 어려운 마음의 작동이다.
‘나도 00을 잘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곧 동력이 되어 아이의 삶을 이끌어 줄 거다. 그 모양새가 ‘수학’이지만 자신의 삶을 살아갈 때 만나는 어려움이나 막힘은 이렇게 시도하고 저렇게 접근하면 풀리더라 라는 삶의 지혜이자 행동의 실천 같은 것을 말한다. 자신 스스로가 잘 하고 싶고 해내고 싶다 생각을 하고 마음을 먹었으니 행동은 무던히 할 수 있다. 부모는 그저 살짝 안내만 주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고 나란히 발 맞춰 걸으면 된다. 이래라 저래라 혹은 이렇게 할래, 저렇게 할래 답을 주어선 안 된다. 답은 스스로 찾아나가는 거다. 부모가 알려 주는 게 아니라.
문제 풀이를 하루에 몇 장씩 풀어보면 좋겠느냐, 꾸준히 생각하고 연습하다 보면 잘 하게 될 거라고 응원하고 함께 계획을 짰다. 아이는 스스로 몇 장을 풀 수 있겠는지 감안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양을 본인 스스로 생각해 정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정도를 계획했으니 미루거나 힘들어 하지 않을 거다. 자신과의 약속과 행동하며 지킬 수 있는 힘도 기르게 되니 이 또한 삶에서 필요한 자세다. 부모로서 옆에서 지켜보며 마음으로 응원하고 발맞춰 걷기를 한다.
미리 알려주면 물론 편하기는 하겠지만 편함이 가져다 주는 불편감도 분명히 있다. 나는 아이가 제 속도에 맞춰 커나가길 바란다. 웃자라거나 겉만 번지르 하다거나 쉽게만 자라 쉬 부러지는 연약함이 아니길 바란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 제 발걸음에 걷는다면 아이는 자신의 본 모습으로 자기답게 커 나갈 수 있다. 아이가 가진 본연의 생명력과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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