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여성과 픽션. 이 주제 어렵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써나가야 할까. 여성이 여성을 제대로 바라본 적 있을까. 여성임에도 주제부터 생소한 여성이다. 살아온 삶이 증거가 되어 주겠지만 기록하지 않은 삶은 공기 중에 흩어지고 퇴색된 낡은 기억의 한 자락으로 머물렀다. 여성임에도 간과하며 살게 된 원인은 어디 있을까. 다른 사람의 언어로 표현되어 지고 타인의 표현으로 고정될 수밖에 없던 여성의 삶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사색의 낚싯대를 드리우고는 여기저기서 번뜩이며 물밀 듯 요동치는 사고의 격정 때문에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여성은 걷지 못하는 잔디밭을 침입하도록 자신을 격동시킨 생각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기억해 낼 수 없다는 울프의 말에 시선이 간다. 여성이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대학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을 소지해야 한다는 남성의 말을 째려본다. 교회에서 울리는 오르간 소리를 듣고도 예배당에 들어가지 못한다. 세례 증명서나 사제장의 소개장이 있어야만 예배당에 들어갈 수 있다는 안내인에게 분노한다.
여성은 왜 가난한가. 왜 여성이 여성을 말하지 못했는가. 역사는 왜 여성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가. 18세기 이전의 여성들이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기록이 없다. 현재 여성들과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 고등 교육과 자신의 생각을 피력할 수 있는 방법들도 많아 졌으나 이용하는 것은 극소수일 뿐. 대부분 여성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팔자이려니 생각하고 그저 벌어지는 하루하루를 산다. 일 년에 500파운드라는 고정 수입만 있어도 햇빛을 받으며 살아가기에 충분하는다는 문장과 맞물리며 쓰라림을 느낀다.
일례로 주어진 셰익스피어와 그의 누이의 사례는 가슴이 아프다. 동등한 가정환경임에도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유로 교육 받는 환경과 분위기가 상반된다. 아버지에서 남편으로, 남성들 사이에서 물건처럼 넘겨지며 살아가는 힘없는 여성의 삶이 베일에 가려 사라지고 없다. 무수히 많았을 그들의 욕구는 스스로 베일로 가리려는 익명성으로 사로잡고 있다. 지은이가 없는 시나 민요 등이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울프의 말에 백번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신보다 열등한 사람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막대한 중요성을 가질 것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여성이 열등하기보다는 남성이 우월하기를 바라는 뿌리 깊은 욕망이 잠재해 있다고 본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 왜 여성 작가나 화가, 작곡가는 없는 것일까. 왜 역사는 남성들 위주로 기억되어 있는 것일까. 자신의 삶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 덕분에 남성은 더욱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까.
여성이기에 더욱 더 글쓰기를 해야 한다.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과 의식을 지녀야 한다. 그와 함께 여성은 더 이상 보호받는 성이기를 그만 두어야 한다. 여성이기에 이렇게 살아야한다는 평범함을 다시 한 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일정한 고정 수입이 기반 되어야 자유로울 수 있다.
의식의 흐름을 풀어내듯 써내려간 글 사이에서 여성의 삶을 본다. 하나의 주제를 사색하기 위한 공간이기보다 틈틈이 들어오는 현실(음식의 메뉴와 맨 섬 고양이)에도 눈길이 간다. 울프가 역사 흐름과 더불어 써내려간 여성의 삶에 깊이 사색해 볼 일이다. 어느 성이 더 우월하다 고집하기보다 남성적인 힘과 여성적인 힘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정신적으로 협력해야 정상적이고 편안한 상태가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회에는 분명히 여성으로서 유리벽이 존재한다. 결혼이라는 제도와 육아라는 관문은 여성에게 자유롭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그 길을 여성으로서 더더욱 몰입하고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과 작은 돈과 글쓰기로 나만의 언어를 표현해야 한다. 누군가에 의해 정의되어지는 것이 아닌 나만의 언어로 나의 삶을 풀어나가야 한다.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글쓰기야말로 강한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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